미래 기술 총집결한 CES…모빌리티·초연결 시대 ‘성큼’
구글·MS·아마존까지 모빌리티 집중…메타버스·디지털 헬스케어도 눈길
(시사저널=실리콘밸리=정지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모빌리티, 초연결이 가져올 변화에 빠져들어라(Be in it)."
1월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화두는 단연 모빌리티와 초연결로 꼽혔다. 축구장 26개 규모 전시장에 30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한 CES 2023에선 모빌리티, 초연결에 초점을 맞춘 혁신 신기술과 신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행사로, 전시 규모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커졌다. 다녀간 관람객은 1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 26개 크기 전시장, 3000여 기업 참가
올해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신산업 '모빌리티'다. 관련 업체 300개사가 부스를 꾸렸다. CES를 주관하는 게리 샤피로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은 "모빌리티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 중 하나다"면서 "이번 CES는 북미에서 가장 큰 모빌리티 기술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 주요 빅테크가 CES 2023에서 모빌리티 분야 전시에 나선 것은 큰 화제였다.
구글은 차량 내 운영체제 역할을 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모빌리티 기술,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시관을 별도로 꾸려 눈길을 끌었다. 차량 계기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 차량 소프트웨어를 전시했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라는 이름으로 모빌리티 기술, 서비스 전용 전시관을 운영했다. 아마존은 주행 중 디스플레이를 건드리지 않고 음성만으로 서비스하는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소개했다.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표방하는 전기차 신제품도 CES 2023에서 처음 공개됐다. 소니는 혼다와 협업한 신차 '아필라'를 선보이며 차량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농기계 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이며 인류 식량난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CES에선 모빌리티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발표도 이어졌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회장 등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모빌리티의 미래를 제시했다. 집세 회장은 "디지털을 통해 운전자와 차량 간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며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가상 경험의 융합을 추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엔진과 승차감에서 디지털 기술로 확대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디지털로 운전자와 차량을 더 가깝게"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사 보쉬는 이곳에서 '센서'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보쉬는 2026년까지 센서 개발 및 생산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에 3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3년 동안 '디지털 전환'에 100억 유로를 쏟아 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관련 사업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며 "주요 빅테크까지 모빌리티 영역에서 소프트웨어나 기술 영향력을 높이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부품업체인 LG이노텍도 차량·모빌리티 기술 전시관에 공식 부스를 마련해 전기차·자율주행차 전장부품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제이미 캐플런 CTA 부사장은 "모빌리티는 점점 인간과 교감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이나 기기 간 장벽 없이 연결되는 '초연결'을 기반으로 한 미래 기술도 CES 2023의 주요 화두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커넥티드(통신 연결) 기기 140억 개를 연결하는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개막을 하루 앞둔 1월4일(현지시간) 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초연결 강화 전략을 공개했다.
초연결 전략은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참가 업체 중 가장 넓은 3368㎡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했다. 전시장 입구에 가로 약 8.6m, 세로 약 4.3m의 초대형 스크린 다섯 개를 설치해 '초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전시 주제는 'Bringing calm to our connected world(맞춤형 경험으로 열어가는 초연결 시대)'다.
매년 CES에서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신제품을 공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전시에선 눈에 띄는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초연결'에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전원을 켜면 해당 공간에 있는 커넥티드 기기(통신 연결 기기)를 자동 감지해 연결해 준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홈 관련 기기를 쉽게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연동 표준인 매터를 통해서다.
전통 IT 영역의 '선'을 넘어서다
매터는 글로벌표준연합(CSA)이 개발한 개방형 IoT 연결 프로젝트다. 매터 시스템을 장착한 제품은 브랜드가 달라도 서로 연결이 가능하다. TV, 냉장고,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자동차, 로봇청소기, 현관문 도어록, 실내 조명 등이 쉽게 연동된다. TV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집 안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누수 감지 센서, 연기 감지 센서 등을 활용해 침수와 화재 상황도 전달받을 수 있다.
LG전자도 여러 기업의 가전제품을 서로 연동해 쓸 수 있는 기술을 시연했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이용해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로 LG전자 가전을 켜고 끄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구글 역시 CES 2023에서 'Everything works better together(모든 것은 함께일 때 더 잘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연결성을 강조했다.
산업계에선 올해 CES가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기술 시장을 반영해, 다루는 분야가 더 다채로워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메타버스,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등을 포괄하는 '웹 3.0',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CTA는 메타버스를 CES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으면서 "메타버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와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VR)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기, VR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게임 등이 소개됐다.
자가 진단이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주목받기도 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애바이스헬스는 폐 소리를 분석해 천식 등 질환을 추적하는 원격 청진기 '애바이스MD'를 전시했다. 동전 모양의 애바이스MD를 가슴 윗부분에 붙이고 기다리면 심박수, 호흡기 상태, 기도 협착 여부 등이 수치로 표시된다. SK바이오팜은 뇌파·심전도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제로 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5종을 선보였다.
내년 'CES 2024'는 1월9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IT 영역과 무관하다고 여기던 분야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술 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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