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북한…‘심리전 재개’ 경고에 긴장했나
북한이 무인기로 남한 영공을 침범한 이후부터 대남 공세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무인기 도발에 따른 우리 정부의 거듭된 강경 발언에도 북한 관영매체 등은 2주 넘게 잠잠한 모습입니다.
이번 무인기 사태에 대해 북한이 침묵을 지킬 거란 관측은 애초부터 나왔습니다. 북한 스스로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우리 정부의 잇따른 강경 기조 천명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같은 남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을 북한은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요?
■ 북, 남측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에도 무반응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통일부는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 대북전단이나 확성기 방송이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도 올해 한미연합 훈련을 역대 최장기간 고강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맞서 우리 정부도 대응 수위를 확 끌어올린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이 정도 나오면 북한이 '호전광들의 대결 광기' 운운하며 공식 반응을 내야 하는데 무려 2주가 넘도록 어떠한 얘기도 안 나오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북한에게 'Unexpected result (예기치 않은 결과)'인 거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무인기와 관련해선 우리 군을 조롱하는 담화를 얼마든지 낼 법도 했다"며 "무인기가 우리 군에 탐지된 것도 의도치 않았던 것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잠잠하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6일 무인기 도발을 감행한 이후 내놓은 대남 메시지는 대외 선전 매체인 통일신보를 통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난한 기사가 유일합니다. 무인기 도발 이후 '결전태세 확립' 결의를 다진 우리 군에 "새해 벽두부터 전쟁대결 망동질을 광란적으로 벌인다"고 비난했는데, 여기서도 무인기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 대북전단에 극도로 민감한 북, 정부 대응에 당황?
북한은 대북 심리전을 몸서리칠 정도로 경계해왔습니다. 2014년 10월 남한 땅에 있는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이듬해 8월에는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포탄 1발을 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남한에서 날아든 전단을 최초 감염원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4월 중순 무렵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색다른 물건'에 접촉한 인원 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색다른 물건'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 언론은 남한에서 날린 전단으로 해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경로라고 주장한 '색다른 물건'이 당시 남한의 한 민간 단체가 보낸 전단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후 거의 매일 '색다른 물건'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전 인민 신고·감시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또, '방역 위반'이라는 명분을 고리로 주민끼리 전단을 접촉하는 행위를 감시하도록 군중신고법까지 도입했습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는 주민들에게 당국이 허용한 통로로만 입산증을 받아 산에 오르도록 했고, 3시간으로 입산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까지 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입산까지 통제한 것은 당시 전단이 북한 전역에 광범위하게 뿌려졌다는 정황이다. 북한이 몇 달 간 발칵 뒤집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추석 이후 북한 매체에서 '색다른 물건' 언급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점을 언급하며 "그 시점부터는 남한 단체에서 전단 살포를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색다른 물건'의 정체는 정부도 확인하지 못했었다"며 "북한이 얘기한 시점에 남한에서 전단을 뿌린 단체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누군가 정부 몰래 전단을 뿌렸다면 알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 정부, 북 침묵에 "평가 이르다…도발 가능성 주시"
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가 북에 유리한 내용이라 파기 시 실익이 없는 만큼 북한이 침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군사분계선 5킬로미터 이내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 40킬로미터 및 서부 20킬로미터 비행금지구역 설정,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북측 초도 이남 수역 및 동해 남측 속초 이북~북측 통천 이남 수역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중지 등 합의 사항들은 상대적으로 해·공군력이 열세인 북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한 전문가는 "내부적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전진 배치되고 심리전까지 본격화된다면 북한으로서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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