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중고車시장 '곡소리'…"한파 상반기까지 지속"

권혜정 기자 2023. 1. 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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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중고차 시세 오르는 새해 첫 달, 하락세 뚜렷…테슬라 20%↓
중고차 할부금리 최고 19.9%·거래량 급감…중고 전기차도 '뚝뚝'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고차 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을 맞았다. 저금리에 차량용 반도체 대란 장기화로 신차 출고까지 1년을 넘게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소비자들은 중고차로 눈을 돌렸고 한때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도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신차 시장에 한파가 몰아쳤고 중고차 시장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중고차 할부금리는 법정 최고치인 19.9%에 육박하고 경기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중고차 가격은 새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중고차 재고량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고차 시세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새해 첫 달은 해가 바뀌면서 전년도 말 중고차 구매를 미루던 대기 수요가 늘어나 시세가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중고차 주요 모델의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 주요 중고차 시세는 전월 대비 1.52% 하락했다. 국산차의 이달 시세는 전월대비 평균 1.33% 떨어졌다. 특히 최근 몇해 간 '차박' 등의 열풍을 타고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세 하락폭이 컸다. 현대자동차의 투싼(NX4)은 3.18%, 팰리세이드는 2.83%, 더 뉴 싼타페는 2.21% 내렸다. 기아에서도 더 뉴 카니발 9인승 모델은 2.81%, 쏘렌토 4세대는 2.57% 하락했다.

수입 중고차도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수입차의 이달 시세는 전월 대비 평균 1.73% 하락했다. BMW 3시리즈(G20) M 스포츠는 3.46%, 아우디 A4(B9)는 3.15% 깎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W213과 BMW 5시리즈(G30), 아우디 A6(C8), 포드 익스프로러 6세대 등도 2%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통상 중고차 시장에서 1000만원대에 거래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모델의 가격도 새해 들어 꺾였다. 케이카가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이달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하락세 속 특히 1000만원대 모델의 시세는 평균 10% 하락했다.

가성비 모델은 대개 신차 출고가 대비 절반 이상 감가가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감가될 여지가 적다. 이에 따라 중고차 중에서도 가격 방어가 잘 되는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새해 들어 1000만원대 가성비 인기 차종 중 하나인 쌍용차 렉스턴W의 시세는 10.6%나 내렸다. 현대차의 캐스퍼도 6.4%, 기아 올 뉴 쏘렌토도 4.4%의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해 출시돼 큰 인기를 끈 쌍용차의 토레스도 전월 대비 10% 떨어졌다.

지난해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전기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기차는 지난해 중고차 호황의 주인공으로 한때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나드는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헤이딜러에 따르면 지난해 상승을 거듭하던 전기차 중고 시세는 이달 급락했다. 테슬라 모델3 중고차 시세는 최근 3개월 동안 20% 떨어졌고, 아이오닉5도 19.5% 하락했다. EV6는 16.6%, 모델 Y는 16.3%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대형 모델에서 먼저 시작된 하락세가 중고차 시장 전체로 퍼지고 있다"며 "신차 가격 인하와 중고차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그동안 높은 인기를 누리던 중고 전기차의 시세까지 올해 급락했다"고 했다.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중고차 시장의 한파는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중고차 할부 금리의 영향이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중고차 할부는 법정 최고치인 19.9%에 달한다. 하나캐피탈(나이스신용평가사, 신용점수 801~900점 기준)을 이용해 36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구입할 경우 대출 금리는 최저 12.20%, 최고 19.90%다. 같은 조건으로 전분기 평균 금리는 9.54% 수준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늘었으나 수요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중고차 매물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기준 중고 승용차 재고(매입대수-판매대수)는 11만2554대로 1년 전의 6만3840대와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고차 거래량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중고차는 28만5976대로 전년과 비교해 15%나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월 중고차 거래량이 꾸준히 30만대 선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중고차 시장의 한파는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의 경우 할부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라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딜러들이 차를 매입하기도 힘들고, 소비자들이 차를 매수하기도 힘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신차 시장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중고차 시장에는 비할 바가 안된다"며 "고금리와 경제 불황 등에 따라 최근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30%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이같은 현상은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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