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뉴스] 37년 차 배우 정보석이 전하는 연극 '레드'의 매력
■ 진행 : 김영수 앵커, 엄지민 앵커
■ 출연 : 정보석 배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더뉴스]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사극에서 멜로, 코믹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30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정보석 씨가 이번엔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마크 로스코'로 변신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연극 '레드'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정보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앵커]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희가 영상으로 잠깐 구성을 했는데. 37년 동안 연기생활을 하셨군요.
[정보석]
오래 했네요. 처음 데뷔할 때만 해도 몇 년 할 수 없을 상황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너무 못 해서 어떤 작품의 주인공으로 뽑혔다가...
[앵커]
겸손하시게 말씀하시네요.
[정보석]
정말 그렇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오디션 제도 막 생길 때인데 주인공으로 뽑혔었는데 연기 너무 못 해서 하루 만에 탈락되기도 하고. 촬영 하루 하고서요.
[앵커]
그런 적이 있었군요.
[정보석]
그리고 연기 한 10여 년을 굉장히 연기를 고통스럽게 했었어요. 내 자신이 연기를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일 촬영 분량을 저녁에 완벽히 딱 구성되기 전에는 잠을 못 잤었습니다.
[앵커]
그렇게 배우 정보석으로의 인생도 있는데. 요즘에는 또 빵집 아저씨 정보석으로도 지내고 계시잖아요. 빵집을 직접 살던 집을 개조해서 만드셨던데.
[정보석]
제가 직접 그 집을 이사 가서 제가 지은 집이거든요. 그 당시에는 제가 배우를 하다 보니까 공간이 많이 필요했던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넓게 지어서 쓰다가 아이들이 다 결혼을 해서 떠나니까 집이 갑자기 너무 허전해진 거예요. 그래서 두 가지 고민을 했었죠. 팔고 조그만 데로 이사를 갈까. 그런데 저희 집이 경치가 괜찮습니다. 그래서 한번 이걸 이용해서 사람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한 게 빵집입니다.
[앵커]
실제로 소통을 정말 많이 하시더라고요. 인스타 팔로우 했거든요. 굉장히 시민들도 많이 오고 사진도 직접 찍어주시고 그러더라고요.
[정보석]
네,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그러니까 저희 때만 해도 이렇게 팬이 있어서 이렇게 사생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쫓아다니고 이런 문화가 없었던 세대잖아요. 그런데 이 빵집을 하니까 저한테 힘이 되는 팬들이 이렇게 많이 계셨어 하는 게 눈으로 확인돼서 연기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가족분들도 좋아하십니까?
[정보석]
제 아내랑 우리 둘째아들이 하고 있거든요. 우주제빵소인데 우주라는 이름이 둘째 아이 이름입니다. 제 이름을 쓰자고 그랬더니 얘가 자존심 상하는지 굉장히 얼굴 표정이 안 좋아서. 그러면 네 이름을 넣어서 하자 그래서 우주제빵소로.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연극 레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여쭤보려고 모셨는데. 40년 가까운 연기생활 잠깐 더 이야기하고 레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40년 동안 연기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 것 같아요.
[정보석]
사실 그런 질문 받을 때가 제일 곤란한 것이...
[앵커]
기억에 남는 작품이 많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정보석]
다 기억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다 의미가 있었고 제가 선택했을 때는 그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을 했던 작품들이어서. 그런데 보통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 저한테 크게 남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특별히 저한테 의미가 있었던 작품들이 두 작품 정도가, 한다면. 물론 데뷔작, 데뷔 초창기 작품들. 사모곡이라든지... 굉장히 힘들었었고 그 작품하면서 거의 10kg 가까이 빠졌었거든요. 그럴 정도로 하루에 두세 시간도 다 못 자고 밥도 거의 안 먹으면서 매진했던 작품이어서. 그런데 어쨌든 그 작품의 결과가 지금까지 배우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앵커]
인기 드라마였나요?
[정보석]
그 당시에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제가 연기를 못해서 내일 촬영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내일 촬영분이 제 마음속에서 완성될 때까지 집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일화는 영화를 촬영할 때인데 감독님이 오셔서 내일 촬영분에 대해서 상의를 하자고 나오라는데 안 나갔어요. 내일 촬영 준비가 제가 안 돼 있어서 못 나가겠다. 그 준비 때문에 나오라고 하는데 왜 내일 걸 지금 와서 얘기하자고 하느냐, 나는 못 나가겠다. 그렇게 고지식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안 나가고 저의 식으로, 저의 연기를 만들어서 촬영현장에 가지고 나가니까 연기가 아무래도 경직되고 답답했죠. 그런데 그걸 풀어줬던 작품이 또 홍상수 감독하고 했던 오수정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앵커]
사모곡은 드라마였고 오수정은 영화였고.
[정보석]
네. 그래서 이 작품 때 비로소 연기를 반드시 꼭 준비해야 되는 게 아니구나.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그래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되는구나. 이걸 배웠던 작품이고요. 그다음에 제가 맡았던 역할들이 아무래도 정돈된 딱딱한 이미지의 역할들을 많이 맡았었는데 그거를 깨줬던 작품이 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작품.
[앵커]
주얼리 정이셨잖아요.
[정보석]
그래서 이 작품이 제가 가져왔던 배우로서의 저의 폭을 많이 넓힐 수 있었던. 그다음에 악역으로 했던 자이언트. 이런 작품들이 제가 배우 하는 데 지금까지 올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 줬던...
[앵커]
정말로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듣고 보면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으시거든요. 그중에서 배우 정보석, 인간 정보석이랑 가장 닮은 캐릭터 누가 있을까요?
[정보석]
역할 이름도 정보석이었던 하이킥이 저랑 닮았습니다.
[앵커]
가장 비슷하다고 가족들도 그럽니까?
[정보석]
그렇죠.
[앵커]
어떤 점에서요?
[정보석]
일단 계산에 약하고요. 그리고 연기하는 거 외에 그렇게 일상에서 많이 알지 못합니다.
[앵커]
겸손하게 말씀하시네요.
[정보석]
실제로 그렇습니다. 가장 어려운 게 지적인 역할하는 그럴 때가 어렵고. 하이킥의 정보석 같은 이런 캐릭터가 저랑 가장 닮아서 크게 준비 안 하고 가도...
[앵커]
인간적인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호응했을 겁니다.
[정보석]
평소의 저이기 때문에 집에서는 힘들죠.
[앵커]
그럼 본격적으로 레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레드가 천재 화가 이야기로 들었고요. 그리고 벌써 세 번째 역할을 맡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레드, 천재 화가 어떤 이야기입니까?
[정보석]
우선 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라는 미술사조가 태동을 했습니다.
[앵커]
추상화 작품들을 저렇게 그리나 봐요.
[정보석]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인데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잭슨 폴럭은 굉장히 작품을 본능에 의해서, 영감에 의해서 순식간에 그리는 화가였다면 이 마크 로스코는 붓을 잡을 때까지의 시간이 나머지 생각하는 시간이 90%고, 붓을 잡는 시간은 10%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사색을 통해서 자기 작품을 구현하는. 그래서 자기 작품을 통해서 인류의 진지한 삶을 끌어내보고자 했던 굉장히 철학적으로 힘든 인물이죠.
[앵커]
사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로스코가 했던 고민들, 사색들을 잘 전달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정보석]
바로 그 부분이 로스코를 제가 맡을 때마다 후회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공연에서는 아예 접근조차 못했었고요. 너무 갑작스러운... 초연을 하고 작품이 너무 좋아서 정말 지나가는 말로 제작자한테 이 작품 좋다, 한번 해 보고 싶다. 이걸 기억해서 제작자가 갑자기 연락을 준 거예요.
그런데 봤을 때는 너무 멋진 작품이었는데 막상 로스코를 하려고 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뭐가 힘들었냐면 이 사람이 지니고 있는 내면성. 그리고 이 사람이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자 했던 본질이 무엇인가. 이거를 다가가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대사량이 일단 너무 많고 대사를 외워서 그걸 그대로 전달하기가 바빠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어서 공연장 가는 내내, 한 달 정도 공연을 했었는데. 공연장 가는 내내 제발 오늘 교통사고 나서 입원했으면 좋겠다, 이러고 다녔었습니다. 정말 실제 그랬습니다.
[앵커]
힘들게 하셨군요. 2인극입니다, 2인극이고요. 그리고 더블캐스팅이 돼서 유동근 선생님도 같은 연기를 하시는 겁니다. 돌아가면서 하시는 거죠. 유동근 선생님한테 한번 여쭤봤습니다.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듣고 이야기 더 나누겠습니다.
[유동근 / 배우 (지난달) :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로스코가 이제 캔한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보라는 그 대사 한 줄이 있습니다. 저는 대본을 볼 때마다 참 조명한 작가가 참 아주 멋있게 표현을 해주었구나. 저는 그때 그 공연을 봤을 때 너무 정보석 씨가 멋있었어요. 그래서 저런 작품에서 이런 작품이 있었구나, 그러면서 이제 호기심을 가지면서 용기를 내서 이제 '레드'에 이렇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앵커]
정보석 씨가 너무 멋있었다고, 그래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씀해 주시네요.
[정보석]
그건 유동근 형님께서 과찬해 주신 거고요. 저랑 비슷합니다. 워낙 대본 자체가 좋아서 사실 이 작품은 굉장히 철학적 깊이라든지 미술사에서부터 시작해서 예술 전반에 대해서 아우르는 작품이거든요.
[앵커]
대본이 좋다고 하셨잖아요. 대사 중에 기억나는 대사, 이 대사 너무 좋았다, 뭡니까?
[정보석]
제가 가장 의미를 가지고 하는 대사는 바로 저 부분도 포함이 돼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걸, 조수 캔한테 하는 얘기인데...
[앵커]
직접 한번 해 주시죠. 듣고 싶은데.
[정보석]
제일 마지막 대사라 에너지가 쌓여야... 그런데 제가 의미 있게 두는 부분은 바로 가치 있는 것은 항상 종말을 맞게 되는 법이야. 우리는 영원한 과정 중에 있어. 창조, 성숙, 소멸. 그러니까 이 과정이 역사를 만들어온 거고 이게 사람이 가야 되는 길이다. 그러니까 영원한 게 없고 지금 현재 이게 최고다. 이 비슷한 류의 작품들 이야기가 많습니다.
[앵커]
아무리 가치 있는 것도 결국 소멸된다, 지금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정보석]
이걸 내용적으로 잘 알고 있는 로스코마저도 자신이 물러나야 될 시간이 왔을 때 그거를 쉽게 못 놨어요. 그래서 로스코 추상표현주의를 모방한 게 팝아트거든요. 앤디 워홀의 팝아트. 이런 팝아트의 세력에 대해서 몰아냈던 게 분노를 굉장히 많이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의미와 진지함이 없는 이건 예술이 아니고 상품일 뿐이고. 그런데 사실은 그 세대가 갖는 예술의 특색들. 그 세대가 왜 이 예술에 천착을 했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본인은 그게 당위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했으면서 그다음 세대들이 가지고 왔던 거에 대해서는 인정을 못한 거죠. 이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으로서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래서 이 작품은 굳이 거기에 있는 대사를 다 이해하실 필요도 없고 그냥 들리는 것만 들으셔도, 그러니까 어떤 분들이든지 본인들하고 닿는 대사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들리는 것만 들어도 굉장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앵커]
알겠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까 직접 보러 가야 될 것 같아요. 더블 캐스팅이어서 정보석 배우가 표현하는 로스코가 있고 또 유동근 배우가 표현하는 로스코가 있잖아요. 둘이 어떻게 다른가요?
[정보석]
많이 다릅니다. 굉장히 많이 다르고 YTN 기자분께서 저희 시연을 보시고 평해 주신 게 있는데 굉장히 적절한 평을 해 주셨어요. 저기는 좀 인간적이고 굵은 로스코가 유동근 형님이 꾸려나가신다면 저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작품에 집착돼 있는 이 로스코를 저는 표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결국 결말적으로는 다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꼭 추천드리고 싶은 거는 아버지와 아들, 아니면 아버지와 딸, 이런 세대가 같이 와서. 특히 이걸 아버지, 부모 세대가 자녀들과 같이 와서 보시면 굉장히 좋지 않을까.
[앵커]
세대차 극복에 아주 좋다.
[정보석]
우리는 내가 가졌던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고 내가 가졌던 경험이 절대적이라고 생각을 해서 내 아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피해서 더 나은 점에서 출발하기를 바라고 많은 이야기들을 자식들한테 늘어놓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그게 내 이야기는 내 세대에서 끝나야지 자식들의 세대는...
[앵커]
아무리 가치 있는 것도 다 소멸될 수밖에 없다.
[정보석]
그리고 그 또래들끼리 어울리면서 생겨나는 가치들이 그 세대들의 가치이기 때문에. 그래서 같이 한번 꼭 오시면 굉장히 좋은...
[앵커]
세대와 세대가,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엄마와 딸이 같이 가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말씀까지 해 주셨습니다. 유동근의 로스코, 정보석의 로스코 꼭 가서 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연극 레드의 배우 정보석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정보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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