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아직 금리 인하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

박소정 기자 2023. 1. 13. 14: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 3.5%로 인상’ 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
“최종금리 수준 연 3.5% VS 3.75%...금통위원 3대3 갈려”
“아직 ‘물가’ 대응 주력…하반기 갈수록 경기 고려할수 있어”
“작년 4분기 역성장…올해 경제성장률 1.7%보다 하회할 것”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통해 사상 첫 7번 연속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3.5%로 올라섰다. 이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1년 반째 지속돼 온 이번 금리인상기의 끝이 어디인지다. 1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최종금리 수준 연 3.50%와 연 3.75%가 3대3 반반으로 갈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통위원 세 분은 최종금리를 연 3.50% 수준으로 보고 그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나머지 세 분은 상황에 따라서 최종 연 3.75%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즉 지금 수준에서 인상을 멈추고 금리 인상 여파를 지켜볼지, 아니면 앞으로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둘지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 논의는 지금으로선 매우 시기상조라는 게 이 총재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상조”라며 “아직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하는 만큼, 데이터를 보고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때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에 당분간 이에 대응한 금리 정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1~2월까지는 5%대의 고물가가 지속되다가 연말로 갈수록 3% 가까이 하락해 연평균 3.6%를 기록할 것이라는 종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는 당초 전망했던 1.7%보다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 두 달 사이 발표된 여러 지표를 볼 때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11월 금통위원 다수가 바라본 최종금리 수준은 연 3.5%였다. 현재는 어떻게 바라보나.

“우선 우리는 최종금리에 대해 앞으로 3개월 정도를 바라볼 때 기준금리 정점이 얼마일지로 정의했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 이번 회의에서 3명은 최종금리를 연 3.5%로 보고, 그 수준 도달 이후에는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선 연 3.75%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줬다. 이런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예상 물가나 성장 흐름 그리고 금융·외환시장의 상황을 전제한 것이므로 그 수준을 반드시 지키겠단 정책 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는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25bp(1bp=0.01%p) 올린 결정을 한 것은, 1~2월에도 예상되는 5% 수준의 높은 물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다만 1~2월이 지나고 물가 상승세가 5% 밑으로 떨어진 뒤 점점 연말로 갈수록 3% 가까이 하락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나.

“매번 이야기하지만,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간다는 확인이 있기 전까지는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다. 예상 물가 경로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데이터를 보고 중장기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금리 인하를 논의하겠다.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한 대답은 지금 말로 대신하겠다.”

-그렇다면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는가.

“지난해 잭슨홀 미팅 후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보다 한국이 먼저 끝낼 수 없다’고 한 말이 보도되면서 과도 해석된 측면이 있다. 미 연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많이 독립하지 못했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거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돼서 금리 격차 커질 때 생길 금융 안정적 측면도 고려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보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금리가 많이 빠졌다. 단적인 예로 지금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시장에서 기대하던 최종금리와 관련해 이번 통방 회의 발표문을 보고 그 격차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으로다. 두 번째는 지금의 금리 수준보다 앞으로 2~3년 뒤 금리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초단기 금리보다 2~3년물의 금리가 낮아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그럼 3년물과 초단기물 사이 역전 상황을 경기침체로 해석해도 되는가.

”앞으로 금리 수준이 낮을 이유가 경기침체가 와서 그런 것이냐, 물가가 떨어져서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미국처럼 내수 중심으로 물가가 올라갔을 때는 경기가 많이 나빠져야 물가가 떨어지니깐,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경기와 많이 연결시킬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비해 물가가 올라간 것의 많은 부분이 에너지 가격의 영향에서 비롯됐다. 경기에 큰 영향이 없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 하락하면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초단기물과 3년물 사이 금리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을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 가능하나, 또 한편으로는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서 지금 단계보다 중장기금리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이르다. 경기침체의 보더라인(경계선)이 어디인지 더 봐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해 지난해 11월 전망한 1.7%보다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 두 달 사이 발표된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중국의 코로나 상황에 따른 이동 제약,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 이유로 당장 2주 뒤 발표될 4분기 성장률 지표부터도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 4분기 음(마이너스)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재정 조기 집행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미 노동시장의 견고함, 유럽 지역의 따뜻한 날씨 등을 통한 주요국의 성장 전망치 상향 조정 등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코로나 상황 역시 1~2월을 지나서는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 점쳐지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장 둔화는 전 세계 공통적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임을 말씀드린다.”

-그럼 1분기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나.

“1분기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 2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종전치를 하회할 것으로 바라보면서도 물가는 비슷할 것으로 봤는데.

“유가가 떨어지는 면이 있는 한편 반대로 공공요금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하반기 중국 경제가 상승한다는 점을 예상한다면, 또 전반적으로 유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한편으론 있다. 여러 측면이 서로 상쇄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물가가 중장기적으로도 예상 속도보다 더디게 떨어진다면 물가 목표를 조정할 의향이 있나.

“물가 목표 수준을 2%에서 3%로 올려 잡는다는 건 가장 나쁜 방법인 것 같다. 골대로 공이 안 들어가니 골대를 옮기자는 말이다. 기대 인플레가 불안해질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예상한 경로보다 물가 목표치 수렴 정도가 빠르지 않다면 목표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금리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의 복병이 되고 있다. 필요시 금리로도 부동산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부동산 시장이 금융 안정의 저해 요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분이자 한 섹터에 한한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문제는 미시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금리 올라가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간 너무 컸던 레버리지(지렛대)로 인해 과도하게 올라갔던 걸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부동산 불안의 연착륙을 위해선 정부 규제를 우선으로 하고 한은이 하더라도 부분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나가야지, 금리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거 완화했는데, 이에 대해 평가해 달라.

“그간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제가 풀려서 가계부채나 대출이 많이 늘 것이란 우려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 국면인 상황에서 대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않나.”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가면 가계부채 우려가 다시 일 것 같은데.

“맞다. 다시 부동산 대출이 늘어날 수는 있다. 다만 그때 부동산 대출이나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리 인상으로 인해서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부동산 연착륙이 되고 경기가 좋아질 시점에, 당국끼리 다시 모여서 거시 건전성 정책을 예전과 달리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용할지 심각하게 계획하고 집행할 예정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