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와 실천문학의 ‘객관적 진실에 대한 공격’[책과 책 사이]
출판사 한 곳은 책을 내지 않아, 다른 한 곳은 출간해 비판받았다. 실천문학과 창비 이야기다. 창비는 에세이집을 준비하면서 장강명에게 기발표 글 중 ‘신경숙 표절’과 ‘창비 궤변’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바꿔달라고 했다. 표절 구절을 염두에 두고 ‘창비 뜻은 다르다는 것을 밝혀둔다’라는 문장이 든 괄호를 넣어달라고도 했다. 지금은 퇴사한 전 미디어 창비 편집자 이지은은 책 홍보 배제 방침을 정한 일도 알렸다.
실천문학사는 고은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냈다. 새 책들에선 그 흔하고, 의례적인 ‘유감’이나 ‘성찰’ 같은 말은 찾을 수 없다.
고은은 상징 자본과 문화권력을 지닌 이 두 성채에서 굳건하다. 실천문학사는 홈페이지 전면에 ‘전 지구적 시인 고은의 삶과 철학과 시’라는 문구를 달아 신작을 소개한다. <고은과의 대화>를 두고 “경전을 읽듯 머리맡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했다. 창비 홈페이지에서 고은은 “세계문학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역작” <만인보> 작가다.
두 출판사 행태엔 공통점 하나가 더 있다. 출간과 미출간이 ‘객관적 진실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이다. ‘표절’과 ‘성추행’은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신경숙은 ‘결과적 표절’이나마 표절을 인정했다. 고은은 최영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객관적 진실에 대한 공격’은 조지 오웰이 1944년 ‘트리뷴’에 기고한 ‘나 좋은 대로’에서 쓴 것이다. 리베카 솔닛 <오웰의 장미>(반비)에 그 내용이 나온다. 오웰은 이렇게 말했다. “전체주의가 진짜 무서운 것은 그것이 ‘가혹 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이라는 개념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를 통제하려 한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301091220001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1041657011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01131414001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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