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굴레’ 벗어나고픈 김기현, 그 안에 가두려는 안철수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캠프 수장으로 수도권 출신의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영입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회동’을 하기로 하는 등 수도권 확장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자신을 ‘윤심(윤 대통령 의중) 주자’로 띄웠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반면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은 김장연대를 “공천연대” “공포정치”로 몰아세웠다. 윤상현 의원과 ‘수도권 연대’로 협공을 펴며 김 의원을 김장연대의 자장에 가두려 하고 있다.
김 의원은 13일 비공개 일정으로 서울 구청장들을 차례로 만나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 송파을 지역구 의원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한 유 전 부총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을 뒷받침하는 인사로 삼고초려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는 15일 오 시장과 막걸리 회동도 한다.
김 의원 측은 김장연대가 당 지지층 지지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지만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을 강성 친윤석열계, PK(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제약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일 친윤계 의원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장연대는 오늘로 종지부를 찍자. 처음엔 윤심이 어딨는지 헷갈려서 손잡았지만 이제 모든 당원과 함께 하는 통합과 연대를 보여주자”고 말한 이유다. 김 의원도 지난 12일 대구에서 “스스로 친윤이라 한 적이 없다. 친윤이 아니라 친민(親民)”이라고 말하는 등 확장성에 신경쓰고 있다. 14일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하고 대대적인 출정식을 하는 등 TK(대구·경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서울 강남을 당원간담회에서 “김장연대는 사실 공천연대다. 일종의 공포정치”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영남 공천 파동 때문에 실망한 수도권에서 대거 몰살됐다. 거기(김장연대)에 영남 의원들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이번에도 수도권에서 실망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안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최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과 ‘수도권 연대’를 결성해 김장연대를 “텃밭연대” “영남 자민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의원을 겨냥해 “영남 텃밭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확실한 아군이 아니면 다 적군으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라며 “김 의원이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만들겠다는 것도 텅 빈 김치냉장고와 같이 공허한 메아리”라고 적었다. 김 의원이 전날 전당대회 규칙에서 여론조사 30%가 빠진 것을 두둔하며 “한국 축구팀의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의 의견을 30% 반영하는 게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한 데 대한 공격이었다.
김 의원 발언에 대한 ‘토착왜구‘ 논쟁도 이어졌다. 안 의원은 이날 “우리 지지층을 일본 국민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토착왜구론을 답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SNS에 “토착왜구는 민주당이 우리당 인사를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쓰는 혐오 용어”라며 “아무리 지지율이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반격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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