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1800억”…서학개미, 美주식 줄이고 쓸어 담는 상품은
채권 순매수액 3.8배 급증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들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35억6205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수치인 9억3040만달러 대비 282% 급증한 것이다. 해당 통계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와는 별도의 수치로 개인,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직접 및 신탁 투자 통계를 나타낸다.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가 시작된 지난 2020년엔 서학개미의 채권 거래 규모는 5억4259만달러 순매도였다. 그러나 2021년 이후로 순매수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다. 올해 채권 순매수액도 벌써 1억5150만달러(약 1866억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비중은 줄었다. 2021년 미국 주식 207억9181만달러를 사들였던 서학개미들은 지난해엔 120억5386만달러 사들이며 42% 감소했다.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미국 증시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주식 비중은 줄이되 고금리 이자수익과 더불어 자본(매매) 차익도 노려볼 수 있는 채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 기관들이 많이 사들인 미국 채권은 저금리 시절 발행되고 만기가 1~2년 남은 국채였다. 소위 ‘저쿠폰 채권’으로 불리며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하락한 상품을 뜻한다. 표면금리가 0.12%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금리 하락 시 채권 값 상승을 노려볼 수 있어 자본 차익에 유리하다. 특히 운용 자산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컸다. 채권의 이자 수익은 과세 대상이지만 금융투자소득세가 2년 유예되면서 자본 차익은 현재로선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최근 발행돼 표면금리가 4.7%에 달하는 국채 및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도 높았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수용할 만한 적정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언젠가 주어질 자본 차익의 선택권을 취할 것인지 또는 짧은 만기의 고금리 채권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투자자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향후 금리 상승 시에 채권을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가 미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직접 매수 △신탁 투자 △ETF를 통한 간접 투자 세 가지로 나눠진다. 최근엔 ETF를 통한 간접투자 열풍도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상위 15개 종목 중 채권형 ETF가 6개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은 ‘반에크 JP모건 신흥국 통화채(EMLC)’ ETF(1965만달러), ‘아이셰어스 아이복스 회사채(HYG)’ ETF(1929만달러), ‘아이셰어스 7-10년 트레저리 채권(IEF)’ ETF(1426만달러) 등을 대거 사들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상장채권 4조310억원을 순회수했다. 채권은 지난달 들어 순회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한 달간 상장채권 2조8730억원을 순매수했고 6조9040억원 어치는 만기 상환됐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 잔액은 전체의 9.7%인 22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주식은 403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0월(3조5790억원)과 11월(2조9280억원)에 비해 규모는 크게 줄었다. 코스피에선 580억원 순매도 했지만 코스닥 시장에선 4610억원을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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