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이창용 "올해 성장률 1.7% 밑돌 수도...중국 때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지난해 4분기 한국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성장률도 작년 11월에 내놨던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p)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과 IT(정보통신)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수출이 큰폭 감소했고,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늘었던 수요가 점차 둔화되고 있고 금리 상승 영향이 미치면서 소비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최종금리에 대해선 계속 보도가 많아서 몇가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최종금리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금통위가 논의하고 있는것은 현 상황에서 당분간, 3개월 정도 기간에서 기준금리 정점이 어느 정도가 될거냐는 것이다. 현재 (금통위원 중) 세 분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그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세 분은 최종금리 3.75%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약속이 아닌 것임을 분명히 말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점도표가 회의 때마다 전제조건이 바뀌면 변화하듯이 이런 견해도 전제조건이 바뀌면 바뀔 수 있음을 이해해달라.
-지난달 물가 설명회에서 경기침체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하나
▶지난 한두달 간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11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듯 하다. 2주 뒤에 4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겠지만, 그간 중국 코로나19(COVID-19) 상황으로 이동이 제약됐고 반도체 경기도 더 하락했고 이태원 사태라든지 여러 이유로 4분기 경제 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지만 올해 1분기에는 재정 조기 집행을 기대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성장률이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으나 유럽 지역 날씨가 따뜻하고 미국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견고해 기존 성장 전망보다 상향 조정됐다. 중국 코로나도 1월이 지나고 나선 조금 퍼지는 속도가 줄면서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수출 부진이나 국제경제 둔화를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경기침체냐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세계 공통적 현상이고 다른 주요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비해선 우리가 보다 나은 상황에 있음을 말씀드린다.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과 총재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을 끝으로 금리인상을 마무리 하고 다음달부터 동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나
▶금리를 지금부터 동결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금통위원 중 세 분은 3.5% 수준에서 당분간 동결하고 그 영향을 본 다음에 올릴 수도 있고 그 반응을 보겠다는 것이고, 나머지 세 분은 3.75% 가능성도 열어놓자고 했기 때문에 동결 발표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그동안 금리 인하 논의를 하기엔 시기 상조라고 말했는데 아직도 같은 기조인가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정책 목표(2%) 수준으로 확실하게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저희들이 예상하는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가 다 존재한다. 데이터를 보면서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한은의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 있으면 그때 가서 금리 인하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가가 원하는 수준으로 중장기적으로 수렴해 나간다는 확신이 생겨야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하셨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미 연준보다 앞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것인가
▶지난해 잭슨홀 뒤에 제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보다 먼저 끝낼 수 없다는 게 보도되면서 과도하게 해석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상황에서 먼저 올리는 상황을 중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잭슨홀 가기 전에 한은이 미 연준으로부터 많이 독립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톤이다. 그 당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굉장히 빠르게 올릴 때고,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금리 결정은 국내 상황을 우선으로 하고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돼 금리 격차가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안정 문제를 같이 고려하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원 세 명이 기준금리가 3.75%로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데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해달라
▶금통위원 세 분이 3.75%까지 열어두자고 말씀하신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물가 경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고, 미국 금리 결정의 불확실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꼭 어느 하나의 이유 때문에 열어두자고 한 건 아니고 경제전망과 국제유가,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중국 경제 상황 등을 보고.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 우리 경상수지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유가에 어떤 영향줄지 불확실하다.
-한미금리차가 100bp인데 어떻게 보는지.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나
▶이론적으로도 양국 간 자본 이동 움직임을 결정하는 게 고정환율제도가 아니면 금리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과거 경험은 참고뿐이지 과도하면 영향 받으니 유의해야 된다는 거지 75bp면 안 위험하고 100bp면 위험하고 이런 건 없다. 기계적으로 얼마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얘기 이후 금리 격차보다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더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채권시장 금리가 많이 빠지고 있는데 앞으로 방향은
▶최종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것과 금통위 회의를 통해 나간 것과 격차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지금 금리 수준보다는 앞으로 2, 3년 뒤 금리가 낮을 것이란 생각. 단기보다 2, 3년물이 낮아서 역전됐다. 앞으로 낮을 이유가 경기 침체, 물가 떨어져서 그럴 거냐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물가에 많은 부분 (영향을 주는 것이) 에너지 가격이다. 그래서 경기에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가 하락하면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동일하게 해석하기도 어렵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 관련해서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점검하겠다고 했는데, 추가 인상 없이 파급효과를 지켜본다고 해석이 가능한가. 파급효과를 지켜볼 최소한의 기간은 어느 정도로 보나
▶3개월 정도 기간 봤을 때 3명은 3.5% 멈추고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3명은 3.75% 올리는 것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3개월 뒤에 대해선 한은 내부나 금통위원들 간에도 이후 금리를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게 바람직한지 안 한지 이견이 많다. 한국은 워낙 외부 요인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예측 불확실성이 크고, 여태까지 그렇게 안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3개월 전망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제성장률 관련해서 사실상 두 달도 안 돼서 수정 가능성 내비친건데, 그동안 어떤 전제가 크게 바뀐 것인가
▶12월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갑자기 완화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환자 늘어서 중국 경제 더 나빠졌고 저희 수출은 감소했다. 연말 최근 자료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수출 변화가 컸고 이태원 사태, 노동시장 문제 등 겹쳐서 12월 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 기계적 조정해야 되는 면 있고. 1월 숫자는 조금 생각보다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총재의 최종금리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
▶ 이번 금리 결정은 4대 2라 제가 개입할 필요 없었고. 향후 전망은 의견 내서 한 쪽으로 가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해 의견 내지 않았다. 3대 3일 경우에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될 때, 의사결정이 꼭 필요할 때 말씀드릴 것이다.
-올해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씀했다. 지금 전망 경로를 따라간다면 금리 인하 필요성 없다고 보나
▶원칙적으로 얘기드릴 수 없다. 다만 올해 안까지 봤을 때 물가 안정 경로, 성장 경로를 따라서 움직인다면 지금 이자율 움직임 흘러가니까 두겠지만 물가가 올라간다면 적용해야 할 것이고, 성장률 빠르게 떨어지면 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물가가 가장 우선시된다.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2%로 간다는 근거 없으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 지난번 5% 얘기는 중앙은행 사회에서는 물가오름세 5% 계속 넘어가는 순간 기대 수준 자극시켜서 가속화될 가능성 높다고 본다. 3% 넘어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물가에 관심을 갖고, 2%는 물가를 잊어버리고 살고, 5% 넘어가면 가속화돼서 부작용이 많다고 본다. 작년 5% 넘는 수준 때문에 물가 우선적으로 안정시켜야 되는 것. 올해는 물가와 성장의 경로를 가정하고 벗어나는지 여부를 가지고 향후 조정해야 될 것이다.
-정부 부동산대출 규제 많이 풀었는데 일각에선 '빚내서 집사라'는 것이냐는 지적도.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동산 경기 하락 국면에서 규제를 풀었다고 대규모로 부동산 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또한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남아있어서 부동산 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고 경기 좋아지는 시점에서 당국끼리 다시 모여서 거시 건전성 정책을 효과적으로 만들 방법을 심각하게 계획하고 집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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