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美 속도조절…국내상황 보며 금리결정 여건 마련돼"(종합)
절반으로 나뉜 금통위…'동결' 소수의견은 1→2명
(서울=뉴스1) 김혜지 김유승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의) 페이스를 조정하기 시작하면서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결정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스톱(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없었다"라면서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기존 1.25%p에서 1%p로 축소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완화된 걸로 나타나면서 연준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한 상태다.
이에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당장 다음 달이 돼도 기존 최대 역전 폭인 1.50%p에는 도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향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금융 안정에도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계속 (유지)해 금리 격차가 커질 때는 금융 안정에 대한 걱정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적정 최종금리에 대해서는 3.50%와 3.75%가 절반씩 나뉘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에 최종금리를 3.50%로 본 분은 3명이었고,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가 3.75%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는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이 3.25%, 3명은 3.5%, 2명은 3.75%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적정 최종금리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반면 이번 금통위의 경우 "3명은 (현 기준금리 수준인) 3.50%에서 당분간 동결하고 올릴 수 있는지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며 "나머지 3명은 '반드시 올리자'보다도 '올라가는 것을 배제하지 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75%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의 생각을 공개하면서는 "앞으로 1~2개월 사이 3.75%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3.75%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물가 움직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고, 미국의 금리 결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등의 불확실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0.25%p 인상 결정은 동결을 원한 2명의 소수의견(주상영·신성환 위원)이 있었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주상영 위원만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번에 소수의견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은 짙어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의 경계선에 놓였다는 기존 진단을 유지하면서 "향후 데이터를 봐야 해 2월에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의 경우 작년 11월 전망한 1.7%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간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듯하다"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 여러 이유로 작년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고 4분기 음(陰)의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연내 금리 인하 논의는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그때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논의를 비로소 저울질할 계기에 대해선 '2%대 중장기 물가 상승률'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물가 수준이 중장기적으로 2%대에 수렴한다는 근거가 없으면 금리 인하는 어렵다"며 "물가를 우선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최근의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 금리로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금리 정책은 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면서 "부동산 연착륙은 재정·규제로 하고 한은이 하더라도 부분적 유동성 공급으로 해야지, 금리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규제가 풀려서 가계부채나 부동산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하락 국면인 상황에서 규제를 풀었다고 대규모 부동산 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가면 다시 부동산 대출 늘지 않겠냐는 가능성은 있는데 이는 규제만 아니라 거시신용정책을 잘해서 그때가 됐을 때 부동산·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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