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해도 병력동원 안돼요”…공군 첫 부부 비행대대장 탄생

공사 53기 ‘동기부부’ 김민지·김익규 중령
아내 수송기·남편 항공통제기 대대 지휘봉
전우애가 곧 부부애…“하늘과 땅에서 함께”

공군 최초 비행대대장 부부인 김익규(왼쪽), 김민지(오른쪽) 중령이 각각 대대장으로서 지휘하는 E-737 항공통제기(왼쪽)와 C-130 수송기(오른쪽)를 배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공군에서 1949년 창설 이후 최초로 부부 비행대대장이 탄생했다.

13일 제5공중기동비행단 251공수비행대대장으로 취임한 김민지 중령(39·공사 53기)과 이보다 한 달 먼저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271항공통제비행대대장으로 기용된 김익규 중령(39·공사 53기)이 그 주인공.

아내인 김민지 중령은 비행시간 2,000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다. C-130 수송기를 이끌고 2018년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긴급구호 물자 공수작전과 2019년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훈련 등에 참가했다.

남편인 김익규 중령은 F-4E를 주기종으로 1408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한 조종사다. 제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에서 전술 및 무기체계에 정통한 전술무기교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E-737 항공통제기 대대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공군사관학교 53기 동기인 사관학교 졸업 후 비행교육을 함께 받으며 눈이 맞았다. 고된 비행 훈련 속에서 서로 고민을 나누고 의지하면서 동기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조종사가 된 두 사람은 각자의 임지로 떠나 3년 간 청주와 부산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한 끝에 2009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영공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조종사’라는 직업 특성상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특히 14년의 결혼생활 중 10년을 주말 부부로 떨어져 지내야 했다.

김익규 중령은 비행 임무가 겹쳐 쌍둥이 딸의 출산 순간에도 아내와 함께하지 못했다. 나라의 하늘을 지키느라 정작 가족의 가장 경사스러운 때에도 아내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김민지 중령도 장기간 해외 임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남편, 아이들과 한 달이나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느라 애를 먹었다.

두 사람은 동료들의 배려와 가족의 사랑과 이해로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쌍둥이 딸인 영설·은설 양의 응원도 이들 부부가 부모로서, 또 군인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됐다.

공군 최초 비행대대장 부부인 김익규, 김민지 중령이 이들 부부의 쌍둥이 자녀 영설, 은설 양과 함께 C-130 수송기 앞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익규 중령, 은설 양, 영설 양, 김민지 중령. [사진제공=공군]

영설·은설 양은 “우리 부모님이 공군에서 처음으로 조종사들을 이끄는 부부 대대장이 되셨다는 게 참 멋있고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항상 안전하게 일하시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 후에도 연애 시절처럼 주말 부부 생활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지난 2020년부터 2년 동안은 공중기동정찰사령부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했다. 올해부터는 각각 비행대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부대의 항공작전과 훈련을 지휘하고 조종사의 교육훈련을 감독하게 됐다.

김익규 중령은 “같은 제복을 입은 군인이자 같은 조종복을 입은 공중 지휘관으로서 비슷한 상황의 아내가 옆에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며 끈끈한 전우애와 부부애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조언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비행대대를 잘 이끌어 확고한 대비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지 중령도 “하늘과 땅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임무에 더욱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히 임하고, 안정적인 대대 운영을 통해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