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안 나올까 봐 사망신고 안 해”…母시신 2년 넘게 방치한 딸

28개월간 1400~1700만원 부정수급
어머니 휴대전화 해지 안 하고 사용
경찰 “추가혐의 적용 검토 중”
영장실질심사, 오후 2시 시작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인천 한 빌라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딸이 모친의 연금을 받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시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47)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금이 나오지 않을까 봐 어머니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고의로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아 지난달 25일까지 매달 약 30만원의 기초연금과 20~3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았고, 일부를 생활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연금 대상자였던 어머니 B(79)씨는 2009년부터 연금을 받아왔다.

A씨가 B씨 사망 추정 시점인 2020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8개월간 부정 수급 받은 금액은 1400~1700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에 대한) 추가 혐의 적용을 위해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구청은 B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확인하는 대로 부당 수령 금액을 파악해 환수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10시 19분께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B씨 넷째 딸의 신고를 받고 간석동 한 빌라로 출동했다. 빌라 안방에는 이불에 덮여 있는 시신이 있었으며 집 안에는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A씨는 이 메모를 본인이 직접 작성했으며 해당 시점에 실제로 B씨가 숨졌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B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의 셋째 딸로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왔다. B씨는 다른 가족들과 왕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