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신협…김윤식 '사람 중심' 경영 리더십 어디에
금리 강제인상에 각종 내부 비위 ‘도마 위’
“잘못된 관행 바로잡아야…전방위 체질개선 필요”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신협이 내부 논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여성 응시자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라고 강요하는,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인권침해 사건이 드러났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지난 2021년 말 재선에 성공한 이후 금리 인상 사건과 대출규제 위반, 횡령사고 등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윤리 경영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전방위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3일 신협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지난해 2월 전주 상진신협 채용 면접 응시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차별 진정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해당 사건은 전날 인권위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작년 2월 전주 상진 신협으로 면접을 보러 간 A씨는 4명의 면접위원들로부터 “키가 몇인지”, “○○과라서 예쁘네” 등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들었다며 같은 달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면접위원들이 “외향적인 면을 표출할 수 있냐”며 노래와 춤을 강요했고, 사전동의 없이 촬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 결정문을 살펴보면 면접위원들은 A씨에 “○○과면 끼가 많을 것 같다”면서 선정적인 춤 동작이 있는 ‘제로투’ 댄스를 춰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며 우회적으로 거절했지만, 면접위원들은 “그때 말고 지금 춰야지”, “홍보할 때 150명 앞에 서 봤다면서 4명 앞에서 춤을 못 추냐” 등의 채근하는 발언을 했다. 면접위원들은 이사장, 상임이사, 상무 2인의 내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남성이었다. A씨는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이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이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달 29일 김윤식 회장에게 채용 지침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면접에 외모와 노래·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건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 혹은 잘못된 관행”이라면서 “금융권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성차별 행위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신협중앙회는 재발방지를 위해 면접위원에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등 규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임직원 필수 교육에 면접위원에 행동에 대한 내용도 넣을 예정이다. 신협 관계자는 “관련 사례를 전체 조합에 안내하고 지도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 면접 교육뿐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 및 윤리경영에 대한 전방위적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신협에서 발생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서다.
지난달에는 청주 상당신협이 ‘대출금리 변경 안내문’을 통해 고정 대출금리 고객들에게 금리를 연 2.5%에서 연 4.5%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가 금융당국의 철퇴로 이를 번복한 황당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당시 청주 상당신협은 여신거래기본약관 3조 3항을 금리 변경 근거로 들며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5.0%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0%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부득이하게 고정금리로 사용하는 대출금에 대해 금리를 연 2.5%에서 연 4.5%로 변경하게 됐다”고 일방적인 고정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이 소식을 접한 금융감독원은 “이럴 거면 왜 고정금리를 받겠냐”면서 “약관 해석을 완전히 잘못한 사례”라며 신협중앙회에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것을 지도했다.
내부 부정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의 한 신협은 이사장 B씨가 7명 가량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직원들은 대구·경북지역 다른 신협의 이사장 등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신협은 지난해 중순부터 자격이 없는 조합원 90여명과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조합원 20명을 무단으로 가입시킨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았다. 최근에는 부산의 한 신협 지점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이 간부의 성추행을 잇따라 폭로하기도 했다.
신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들은 ‘사람 중심’의 금융을 표방하는 김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리경영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체질 개선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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