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허창수 회장, 12년 임기 끝에 ‘사의’...재계 위상 회복 쉽잖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여섯번 연속 맡아 온 허 회장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을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도 회복하지 못하면서 회장직 사임과 더불어 조직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부회장단과 만나 회장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물러날 뜻을 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2년 임기의 전경련 회장직을 여섯번 연속 수행해왔다. 4연임째인 2017년부터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매번 회장 교체기마다 밝혔지만, 후임자를 못 찾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 이래 줄곧 경제계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데다, 삼성·SK·LG·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전경련 위상이 추락했다. 이후 재계 대표단체의 역할은 전임 박용만 두산그룹 전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로 사실상 넘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이름도 바꾸려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으나 별다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고, 4대 그룹마저 다시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은 각종 청와대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패싱’을 겪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 입지는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장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 허 회장은 아예 초청받지 못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허 회장은 빠졌다.
이에 허 회장은 전경련에 중대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과 부회장단은 전경련 쇄신을 위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꾸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다음달 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추천됐으나 모두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 회장인 손경식 CJ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거론될 정도다. 손 회장은 평소 전경련과 경총 두 경제단체를 통합해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2005~2013년 대한상의 회장을 지낸 손 회장은 2018년부터 경총 회장을 3연임했고 이번 임기는 내년 2월 끝날 예정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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