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씽킹맵]정기선 사장 '무한한 바다'로 나아간다

나은수, 유상연 2023. 1. 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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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서 광폭행보…'오션트랜스포메이션' 선언
'절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조선 맞대결 예고
2023년은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가 간 갈등은 장기화되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 등 여러 경제위기 요인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총수들은 '토영삼굴(兎營三窟)'의 지혜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과제와 판단의 방향을 신년사 등에서 엿보이는 열쇳말과 함께 들여다봤다.[편집자]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년 동안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거 같다. 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고, 새로운 50년을 여는 중요한 시기에 CEO로서 HD현대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 시기였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CES 기자간담회에서 사장 취임 1주년에 대해 직접 밝힌 소회다. 정 사장은 2021년 10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도 직접 발표자로 나서며 그룹 비전을 공개했다. 

HD현대는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환경 등의 해결 방안으로 '바다'에 주목하며 관련 사업을 모두 이곳에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 그룹과의 경쟁도 예고 중이다.

연초부터 광폭행보

정 사장은 이번 'CES 2023'에서 국내 대기업 오너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보통 1~2일 정도 CES 부스를 참관한 다른 오너들과 달리 정 사장은 개막 전날인 4일(현지시간) 부터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날 프레스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서며 그룹의 비전을 공개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사장은 미디어 컨퍼런스 발표 전날(3일)에도 현장을 찾아 대본 숙지, 동선 파악을 하는 등 리허설까지 진행했다"며 "프레스 컨퍼런스의 거의 모든 과정을 정 사장이 꼼꼼하게 챙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진=HD현대

그가 CES를 통해 제시한 그룹의 비전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바다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 비전은 크게 △오션 모빌리티(자율·친환경 선박) △오션 와이즈(해양 운송 네트워크 플랫폼) △오션 라이프(해양 레저) △오션 에너지(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나뉘는데 그중 핵심은 오션모빌리티다. ▷관련 기사:[CES 라이브]정기선 "바다서 미래 찾겠다"(1월5일)

정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HD현대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로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자신들의 터전인 바다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HD현대의 최종 목표는 바다에서 수소를 '생산-운송-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다. 

정 사장은 "늘어나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해양 자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에너지 기술과 최첨단 해양 플랫폼을 활용해 바다를 '재생에너지 신개척지'로 만들 생각이며 그 잠재력은 24조달러(약 3경원)가 넘는다"고 말했다.

정기선 사장이 미국의 기상예보 서비스 기업 아큐웨더 조엘 마이어스 창업자와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디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 제공.

이 외에도 CES 기간 동안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정 사장은 미디어 컨퍼런스를 마친 뒤 '포춘(Fortune) 브레인스톰 테크 디너'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미국 경제지 포춘이 주최하는 행사로 CES 참가 기업 중 100대 테크 기업을 선정해 경영진들을 초대하는 자리다. HD현대는 탈탄소,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아 초청됐다.

지난 5일엔 HD현대 전시관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직접 맞이했다. 정 사장은 정 부회장에게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설명하고 미래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엔 삼성전자, LG전자, 존디어, 캐터필러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해 주요 제품과 신기술을 살폈다. 

한화와 '조선' 맞대결…1차전은 'STX'

정기선 사장이 지난 4일(현지 시간)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한화 그룹과의 '조선 사업' 맞대결도 예고돼 있다. 한화 그룹은 지난달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며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특히 HD현대와 한화의 맞대결은 앞으로 그룹을 이끌게 될 오너가(家) 3세 간의 대결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과거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한화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기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민간 기업에 인수됨에 따라 국내 조선 산업의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정 사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한화 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 관행(저가 수주)은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조선업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영향은 줄어들고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CES 라이브]한화 믿는 정기선 "저가수주 사라질 것"(1월6일)

1차전은 STX중공업 인수전이다. 지난달 두 기업 모두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선박용 디젤 엔진, 이중연료 엔진,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등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환경 규제로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엔진 기술을 보유한 STX중공업은 두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때도 그랬고 시너지가 많이 날 것으로 생각하는 회사는 그에 대한 페어 밸류(적정 가치)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줄 것"이라며 "만약 가져가게 되면 가져가는 거고 그 이상 낼 용의는 없다"고 말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유상연 (prtsy20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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