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또 인상…3.5%가 꼭대기 아니었나
5%대 물가상승률 지속에 7차례 연속 인상
힘 잃는 금리 고점 3.5%…2Q 추가인상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이어갔다. 금통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3.5%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이드로 제시했던 금리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에 도달했다. 14년 만에(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아 연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아 물가'…첫 7연속 기준금리 인상
이날 결정으로 금통위는 기준금리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금통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장 큰 원인은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0%를 기록하며 5%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7월 6.3%를 기록한 이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한은의 중장기 물가 목표인 2%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또 한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된 점 역시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요인으로 꼽힌다.
금통위가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연이어, 그리고 인상폭 역시 크게 가져가고 있어 한미 간 금리 차이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였다.
이와 관련 미국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4.25~4.5%로 운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한미 간 금리차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2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번 금통위 인상으로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는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확대, 외국인 투자자금 등의 유출 등으로 시작해 국내 물가의 오름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양국 금리차이를 줄여 물가를 방어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준금리 3.5% '꼭대기'가 아니라면
지난해 11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전망은 3.5%를 중심으로 퍼져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서는 "시장에서 말하는 최종금리 수준이 3.5%라는 추론은 적합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린 이후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를 비롯해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금리 수준은 종전 가이드보다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이 총재는 "3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올해 중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세 분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미간 금리차이가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발맞추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 특히 물가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창용 총재는 "기계적으로 한미 간 금리 차이로 인한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 등은 미국의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크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경로에 미치는 데에는 약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추이를 본 뒤 검토하겠다는 게 이창용 총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차후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2분기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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