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위기생’이 KIA 불펜 희망으로… 6년을 쌓은 탑, 이제 화려하게 점등할 시간

김태우 기자 2023. 1. 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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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소성 있는 투구픔으로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자리한 김대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변화는 정말, 정말 우연찮게 또 극적으로 찾아왔다. 목에 담이 걸려 정상적으로 캐치볼을 할 수 없었던 어느 날이었다. 담에 걸린 부위에 자극을 최대한 덜 주기 위해 그냥 팔을 내려 공을 던지며 가볍게 몸을 풀던 게 시작이었다. 그때 그 폼이 누군가의 눈에 들어왔다.

김경태 당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김대유(32‧KIA)에게 “그 폼이 괜찮아 보인다. 그렇게 한 번 던져보라”고 권유했다. 폼을 전혀 바꿀 생각이 없었던 김대유는 말 그대로 얼떨결에 오버핸드 투수라는 꼬리표를 뗐다. 팔 높이는 김대유 스스로 노력 속에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계속 내려와 지금의 폼이 됐다. 목에 온 담은, 김대유를 완전히 다른 선수로 만드는 하나의 기막힌 터닝포인트였다.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을 당시까지만 해도, SK 유니폼을 입을 당시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받았던 투수였다. 건장한 체구에 제법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이었다. 그러나 자꾸 아팠고, 2014년 1군 9경기 출전 이후 계속 2군에만 맴돌았다. 그저 그런 2군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1~2년을 더 허송세월하면 방출 명단에 올라갈 시간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대유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더 극적인 변화였다.

방출이 되지 않으려면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다. 폼을 바꾼 건 1군에서 좌타자를 잡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처음에는 영 어색했다. 김대유도 “오버핸드 투수가 옆으로 던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한다. 폼도 그렇고, 홈플레이트를 활용하는 방식도 그랬다. 오버핸드 투수는 상하 존을 활용하지만, 사이드암 투수는 좌우 존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폼이 바뀌는 것은 물론 경기를 바라보는 생각과 시야 자체가 바뀌어야 했다.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잘못되면 그냥 은퇴였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다. 좌완 사이드암 자체가 KBO리그에는 별로 없었다. 여기에 김대유는 키도 크고 팔도 비교적 길었다. 빙 돌아서 나오는 공이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자 좌타자들은 점차 김대유를 “까다로운 선수”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SK에서 기초를 만든 김대유는 kt 이적 후부터 본격적으로 밸런스를 잡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LG에서 꽃을 피웠다. 5년 사이 김대유는 폼을 물론 위상까지 달라진 투수가 됐다.

단순히 폼만 바꿔서 이룬 성과는 아니었다.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가을캠프 때 항상 투구 수가 많았다. 스프링캠프 때는 야간 훈련을 자처했다. 남들이 쉴 때 김대유는 저녁 공기를 마시며 공을 던졌다. 새로운 폼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밸런스를 만들기 위해 남몰래 땀을 흘렸다. 그렇게 계속 던지다보니 조금씩 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길을 따라 열심히 걸은 결과 지금의 성과가 만들어졌다. 5년은 사투이기도 했고,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김대유는 “지금 폼이 완성되는데 5년이 걸렸다. 몸을 쓰는 것도 많이 변했고, kt에 있을 때부터 어느 정도 포인트가 딱 잡힌 게 아닐까 싶다. ‘이게 이렇게 던지면 되겠다’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이라면서 “2020년 가을 경헌호 코치님과 2021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때인데 ‘공을 조금 많이 던져봐야 할 것 같다. 이 느낌은 너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봐야 느끼지 못한다. 많이 던져서 감을 잡고 봄 캠프를 준비하자’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향후 잘 풀렸던 이유였을 수도 있다”고 겸손하게 지도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렇게 최근 2년간 123경기에 나가 37개의 홀드와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하며 이제는 방출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선수가 됐다. 김대유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나름 뿌듯함도 느낀다고 했다. 사실 투구폼 변경은 현역의 마지막 도박이 되는 경우가 많고, 화제를 모았다가도 막상 1년 뒤에 살피면 해당 선수는 이미 사라져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김대유는 극단적인 투구폼 조정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이는 지금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김대유는 “걸어온 길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변화를 주는 선수들이 1년이나 반년만 하고 말거나 아예 모습이 안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 쪽으로 보면 상당히 뿌듯하기는 하다. ‘이제 내 가치가 만들어졌구나’라는 점도 있고, 그러다보니 자존감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추후에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부분을 또 알려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모르는 지식 하나를 더 얻었다고 할까”라고 미소 지었다.

노력 속에 만들어진 성과와 기량은 또 한 번 인정을 받았다. KIA는 이적한 FA 포수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김대유를 지명했다. 좌완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KIA는 김대유가 LG에서 그랬던 것처럼 승부처를 지배하는 선수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광주에서 살 집을 계약했다”고 웃은 김대유는 “구단 관계자분들도 많이 기대를 하고 계시더라”며 책임감 있게 시즌을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다. 김대유의 트레이닝을 봐주고 있는 전문가들이 “지금 그렇게까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릴 정도다. 그만큼 KIA에서의 첫 시즌에 좋은 이미지와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은 게 김대유의 욕심이다. 그게 자신을 선택한 팀에 대한 최선의 보답이라 믿는다. 김대유는 “각오는 남다르게, 운동은 다치지 않게끔 차갑고 냉정하게 하겠다”면서 “시즌 체력 관리 요령은 많이 생긴 것 같다. 60경기 이상은 나갈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묵묵히, 자그마치 6년을 쌓아올린 탑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제는 화려하게 점등할 시간이 찾아왔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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