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대만·일본 반도체 밀월...삼성전자 전방위 압박

2023. 1. 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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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4분기 실적발표회서 언급
일본과 파트너십 가능성 공식인정
대만·일본 관계 강화에 韓만 소외
영업익 급증...삼성과 격차도 커져
업계 “정부지원, 타국보다 뒤쳐져”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일본에 제2 공장 건설을 검토하면서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밀월관계’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칩 동맹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

▶TSMC “일본 제2공장 검토”...칩4 동맹, 한국만 소외되나=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제2 반도체 공장 신설에만 수천억엔(수조원)이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웨이저쟈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열린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일본에 TSMC의 두번째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TSMC 측은 일본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이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같은 입장을 번복하고, 일본과의 파트너십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TSMC의 공장 건설에 따라 대만과 일본의 ‘밀월관계’가 깊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한국·일본·대만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칩4)’이 최근 구축되고 있지만, 칩4 내에서 다시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른 치열한 수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칩4 국가 모두와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능동적으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일본·대만 등 세 개 국가를 주축으로 한 별도 연맹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한국 홀로 악전고투를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극심한 부족 현상을 보이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의 본토 공장 건설 유치에 힘을 쏟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가 이미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에 TSMC의 새로운 공장을 지난해부터 짓게 됐다.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4760억엔(약 4조5352억원) 보조를 받은 이 공장 건설은 TSMC의 제조 자회사이자 소니·덴소가 출자한 회사인 JASM이 맡고 있다.

2023년께 제조설비를 반입해 2024년내 회로폭 22~2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반도체 및 10나노대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1500명 정도를 고용할 예정으로, 월간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환산 기준 4만5000장에 이르는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소니는 TSMC의 신축 부지 인근에 이미지센서 제조를 위한 추가 공장 건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자율주행차 센서 등에 사용되는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1위 사업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44%로 삼성전자(18%)에 앞서고 있다. 소니는 인근 부지에서 위탁생산한 TSMC의 CMOS 칩을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미지센서 2위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벌이기 위한 소니와 TSMC의 동맹 관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미국, 일본, 대만의 삼각 연대’로 인해 한국이 반도체 패권 구도에서 소외당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TSMC는 미국과 일본을 확고한 동맹으로 규정하고 양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 신축 공장에 장비 반입식을 열었던 TSMC는 미국 반도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의 3배 이상인 400억달러(약 52조원)까지 확대한다고 최근 밝혔다.

▶TSMC 4분기 영업이익 13.3조, 삼성전자와 격차 더 벌려=TSMC는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과 격차를 더 벌리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6255억3200만대만달러(약 25조6029억 원), 영업이익 3250억4100만 대만달러(약 13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3%, 78%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한파가 본격화 됐지만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던 덕에 TSMC의 매출액은 3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9% 급감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집계 됐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TSMC에게 1위를 내준 데 이어, 4분기에도 밀렸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회사는 아직 지난해 4분기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약 20조원 수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낸드 등 메모리 시장 악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삼성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시설 투자액 중 단 8%만 세액공제한다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기존 추진했던 2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다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15%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아직 국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대만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연합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같은 지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헌·김민지·양대근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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