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들 해외경찰서 운영 공개적으로 자랑

강영진 기자 2023. 1. 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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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중국인들에 "외국 나가도 손바닥 안" 강조하려
공산당 기관지 청년보 해외경찰서 목록도 보도
전 세계적으로 문제되자 인터넷에서 삭제

[서울=뉴시스]지난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해외경찰서 활동을 의심해 압수수색한 뉴욕 차이나타운의 아메리칸 창러 협회 뉴욕지부 사무실 모습. (출처=창러협회 페이스북 페이지) 2023.1.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이 해외경찰서를 운영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번화한 미 뉴욕 차이나타운에 있는 평범한 6층 사무실 건물에는 문패가 없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국이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전 세계 100여 곳의 해외 경찰서 중 한 곳이다.

이곳을 수사해온 뉴욕 브루클린 검찰의 요청에 따라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요원이 지난해 가을 이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해외 경찰서 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일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당국이 중국에 자국 내 경찰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FBI의 압수수색은 중국 해외 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첫 강제 수사 조치였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지난 11일 중국이 해외경찰서를 운영하지 않았다면서 압수수색된 사무실 직원들은 미국 내 중국인들의 중국내 운전면허 갱신과 같은 일을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 당국자들을 기명으로 인용해 보도한 내용은 달랐다. 해외 경찰서가 일을 잘한다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 당국자 몰래 해외 범죄를 해결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공개된 정보로는 해외경찰서를 운영하는 주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해외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라는 경우도 있고 고용된 직원이라는 경우도 있으며 책임자로 인용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보도들은 서방 당국자 및 인권 단체들이 해외 경찰서에 주목하면서 최근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서방 당국자들은 해외 경찰서를 중국이 반체제 인사 등 해외 중국인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본다. 중국 당국자들이 해외 도피자를 추적해 귀국하도록 압박한 여우사냥작전(Operation Fox Hunt)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국영 매체 등의 보도에 따르면 푸저우, 칭톈, 난퉁, 웬저우 등 최소 4곳의 중국 지방 당국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독일, 헝가리, 체코 등지에서 수십 곳의 해외 경찰서를 설치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중국 공산당 청년당 기관지 청년보가 지난해 보도한 해외 경찰서 목록에 따르면 푸저우시가 운영하는 뉴욕의 해외 경찰서가 중국인 단체인 아메리칸 창러 협회 뉴욕 지부(America Changle Association NY) 사무실에 있다. 창러는 푸저우시의 한 구역이다. 다른 해외경찰서들은 중국 식당이나 상점 등 민간 기업 주소로 돼 있다.

중국 대사관은 이들이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돕는다“면서 아메리칸 창러 협회 직원들이 중국 경찰 요원들이 아니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

해외에 경찰관을 파견하는 것이 모두 불법은 아니다. FBI도 해외에 요원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정부에 신분을 알리고 미 대사관 소속으로 일한다. 법 집행을 하는 경우 현지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 중국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 활동은 문제가 된다. 중국 외교부는 해외의 비난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 당국이 자신들의 해외 주재 및 정보 수집을 공식 성명과 관연 매체 보도로 자랑해왔다.

중국 칭톈 선전국이 운영하는 한 신문이 중국 여성이 부다페스트에서 돈을 도난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그는 현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현지의 중국 해외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외경찰서 근무자들이 편의점 감시카메라 영상을 구해 루마니아인 도둑을 확인하고 ”협상과 회유“로 돈을 되찾았다.

중국 신화통신은 칭톈의 해외 경찰서가 해외 거주 중국인들의 여론을 수집하고 분위기를 살핀다고 보도했다.

장쑤성 공산당에서 작성한 기사에는 난퉁시 해외경찰서 연락서비스센터가 2016년 이래 80여 명의 해외 범죄자를 귀국시킨 것으로 돼 있다. 인권단체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의 해외경찰서가 세르비아, 스페인, 프랑스에도 있다고 밝혔다.

FBI의 압수수색은 미 법무부가 여우사냥작전을 추적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브루클린 검찰이 미국 거주자 및 아들을 중국으로 귀국해 재판을 받도록 압박한 혐의로 중국인 7명을 기소했다.

레이 FBI 국장은 지난 2020년 여우사냥작전과 관련해 8명을 기소한 뒤 ”중국이 우리 나라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해 미국인들을 굴복시키는 건 매우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등 소수민족과 가족들을 감시하고 탄압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해외경찰서가 그 본거지라고 우려한다.

미국에 중국 해외경찰서가 생긴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최소 중국 지방 당국 한 곳이 중국인 인구가 많은 뉴욕 등의 경찰국에 경찰을 파견해 훈련하려고 시도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뉴욕경찰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훈련을 공식화하려고 시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 FBI 고위 당국자 등은 훈련 프로그램이 중국 당국자들이 뉴욕경찰국을 이용해 감시와 박해를 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우려했다.

세이프가드 디펀더스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대만의 첸옌팅은 ”중국 정부가 범국가적 해외 경찰을 확대하려 한다. 중국인들에게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도 힘을 쓸 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외로 나가도 우리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방 당국은 해외경찰서를 위장하기도 한다. 헝가리 의원 마르톤 톰포스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중국 경찰서를 방문했다면서 ”칭톈 해외경찰서라는 표지가 있었으나“ 그가 방문사실을 공개하자 표지를 없앴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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