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트레이너' 명성 그대로…성공적이었던 츠베덴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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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잡게 된 지휘봉이었지만, 단원들과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기간에 단원들의 연주 역량을 끌어올리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츠베덴의 명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인파로 연주 홀은 로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9일 입국 후 연습 일정은 고작 10~11일 단 이틀에 불과했지만,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 단원 간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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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바그너 등 고유 레퍼토리 선사…객석에선 박수·환호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갑작스럽게 잡게 된 지휘봉이었지만, 단원들과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연주가 끝난 뒤 터진 박수와 환호성이 이를 증명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63·현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이 성공적인 서울시향 데뷔 무대를 치렀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제1번과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중 전주곡,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등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츠베덴 음악감독이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첫 번째 연주회였다.
단기간에 단원들의 연주 역량을 끌어올리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츠베덴의 명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인파로 연주 홀은 로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렁찬 박수 속에 성큼성큼 걸어 등장한 츠베덴 음악감독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객석을 향해 인사한 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연주를 시작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거인의 발소리'를 암시하듯 묵직한 팀파니의 연타로 출발하는 이 곡에서 츠베덴 음악감독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각 파트를 이끌었다.
각자의 고유 레퍼토리라 할 수 있을 만큼 여러차례 이 곡을 지휘하고 연주한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은 큰 실수 없이 브람스 선율을 재현했다. 치열한 전투 끝 승리를 쟁취한 기쁨과 함성이 몰아치는 것 같은 클라이맥스를 지나 4악장이 마무리되자 객석에선 '브라보!'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츠베덴 음악감독의 얼굴에도 이내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며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부담감을 내려놓아서일까. 2부에서 만난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은 더 안정적이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2부의 포문을 바그너로 열었다. 신년 음악회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레퍼토리지만, 그의 몸짓에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홍콩 필하모닉과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녹음해 평단의 극찬을 받는 등 바그너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츠베덴 음악감독은 능수능란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연주에 앞서 서울시향 측과 가진 인터뷰에서 바그너를 택한 이유로 "우리의 첫 만남에서 바그너야말로 내가 어떤 사운드의 세계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곡가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연주회는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소리를 추구할 것인지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은 이어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공식 프로그램을 마친 뒤 앙코르곡으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작품 번호 46번 중 제8번을 들려줬다.
당초 이번 연주회는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이 지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낙상 사고를 당한 벤스케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츠베덴 음악감독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지난 9일 입국 후 연습 일정은 고작 10~11일 단 이틀에 불과했지만, 츠베덴 음악감독과 서울시향 단원 간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서울시향과 츠베덴 음악감독은 13일 정기연주회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오는 7월과 11월, 12월에도 차기 음악감독 자격으로 서울시향과 손발을 맞출 예정이다. 공식 취임은 2024년 1월부터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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