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지자체 안일대응이 부른 人災”
“지역적·장소적·시기적 상황요인
인파 운집 위험 예상됐음에도
안일한 문제인식·부적절 조치로
158명 사망 등 대규모 인명피해”
내리막길로 인파 떠내려오는
‘군중 유체화’ 현상 직접적 원인
토끼머리띠 등은 직접 연관없어
용산구청장·경찰서장 등 구속
이태원 참사 사고 원인 등을 집중 수사해온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13일 “지역적·장소적·시기적 상황 요인에 따라 인파 운집으로 인한 위험이 예상되었음에도 각 기관의 안일한 문제 인식으로 인한 사전대책 부실, 사고 전후 부적절한 조치 등으로 말미암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책임있는 관계기관의 미흡한 사전 예방조치와 사고 이후 부정확한 상황 판단 등의 과실이 중첩된, 사실상 ‘인재(人災)’였다는 결론이다. 특수본은 사고 직후 언론과 SNS 등에서 제기됐던 이른바 ‘토끼머리띠’, ‘각시탈’, ‘밀어 밀어 선동자’ 등 의혹에 대해서는 “사고 원인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수본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특수본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본은 이번 사고의 진상 확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와 SNS·언론 영상, 제보 영상 등 180여 점을 확보해 분석했고, 2차례에 걸쳐 국과수와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해 사고장소를 정밀 계측하고 단위 면적(㎡)당 인파의 밀집도를 확인했다”며 이 같은 최종 수사결과를 밝혔다.
특수본은 사고에 이르게 된 첫 번째 원인으로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 및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적절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참사 당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에 다중이 운집할 경우 지역적(이태원)·장소적(좁고 경사진 골목)·시기적(코로나 행정명령 해제 등) 요인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수본은 헌법·재난안전법 등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및 그 밖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계기관들이 참사 당일에도 ▷사고 전 인명피해 발생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군중이 밀집한 상황에서 이로 인한 구조 신고 등을 접수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후 각 기관별로 법령·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현장 통제 등이 이뤄졌어야 함에도, 부정확한 상황판단·상황전파 지연·유관기관 협조 부실로 인한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관계기관들이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 대비’라는 공동의 목표와 서로 간 연락이 있었음에도, 각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수본은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24명을 입건해(1명 사망) 이 중 혐의가 중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 소방, 서울시, 용산구청 직원들 중 범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직무상 잘못이 확인된 15명에 대해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다만 행정안전부·서울시·경찰청·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의 기관에 대해서는 “압수물 분석 및 관련 부서 공무원에 대한 조사 후 법리검토를 거친 결과 사고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등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수사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수본은 사고가 발생한 직접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운집하던 인파가 최고조에 이르며 ‘군중의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었다. 사고 발생 직전인 당일 오후 10시13분께 군중 밀집이 심화해 T자형 내리막길을 통해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뚜렷해져, 오후 10시15분께 사고 지점 앞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미 넘어진(전도된) 사람들로 인해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들이 순차적으로 전도됐다는 설명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전도된 시점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의 군중의 이동이 더욱 지체되면서 전도된 지점 뒤편으로 군중 밀집도가 점차 증가했다”며 “이때 넘어진 사람들의 눌림과 끼임으로 인해 발생한 압력으로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배두헌·김빛나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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