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 '진입 차단시설 미작동' 경위 집중 수사
제이경인 상황실, 초동 조처 적절했는지 조사중…경찰, 책임자 추가 입건
(과천=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지난달 29일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불이 났을 당시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3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6일 도로 관리 주체인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이하 제이경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가운데 화재 당시 도로 양방향에 설치돼 있던 터널 진입 차단시설 중 안양에서 성남 방향의 시설만 작동하고, 반대쪽인 안양 방향 차단시설은 작동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집중 수사 중이다.
제이경인 측이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상황실이 화재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불이 난 지 2분 뒤인 사고 당일 오후 1시 51분이다.
제이경인 상황실은 즉시 순찰대를 현장에 출동시켰고, 순찰대는 방음터널 전체로 불이 번지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상부에 보고했다. 순찰대의 현장 도착 시간과 보고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제이경인 상황실은 오후 2시께 터널 진입 차단시설 작동을 시도했으나, 성남 방향의 시설만 작동하고, 안양 방향 차단시설은 화재로 인해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안양 방향을 달리던 운전자들은 화재 위험성을 모른 채 터널에 진입했고, 사망자 5명 모두 안양 방향 차로에서 발견되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전기 공급이 끊겨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제이경인 측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화재 인지 시점으로부터 시설 작동까지 9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상당히 지체했다고 보고 있다.
터널 등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는 위험성이 더욱 큰데, 제이경인 측의 조처가 늦어 피해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터널은 밀폐돼 있어 연기 확산이 빠르고 마땅한 대피 공간도 없어 불이 난 상태에서 차량이 진입하면 질식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런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차량과 인파가 뒤섞이며 외부로의 탈출도 어렵기 때문에 차량이 터널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제2경인고속도로 중 제이경인 측이 관리하는 안양∼성남 구간 도로가 2017년 9월 개통한 이후 지난달 방음터널 화재 전까지 총 6건의 터널 화재(삼성산 터널 4건, 청계산 4터널 2건)가 발생했다.
이들 화재에서는 모두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제때 작동하거나 신속한 진화가 이뤄지는 등 적절한 초동 조처가 이뤄져 단 1건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2020년 9월 17일 삼성산 터널 내 소형 탱크로리 화재 당시 영상을 보면,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해 '터널사고 진입금지'라는 빨간색 현수막이 내려와 있다.
그 뒤로 차들은 모두 터널에 진입하지 않은 채 입구에서 멈춰서 화재 진화를 기다리고 있다. 터널 내에는 불이 난 탱크로리에서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만이 있을 뿐, 고립된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방음터널 화재에서도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했다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으리란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제2경인고속도로의 터널 화재를 비롯해 전국 다른 도로의 터널 화재 사례까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제이경인 상황실 총괄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경찰이 이번 화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입건한 사람은 최초 발화한 트럭 운전자, 트럭을 소유한 폐기물 업체 대표, 제이경인 상황실 관계자 3명 등 총 5명으로 늘었다.
제이경인 관계자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 작동 경위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말해 줄 수 없다"며 "과거 터널 화재 사례 역시 이번 화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이경인 측의 정확한 화재 인지 시점, 터널 진입 차단시설 작동 시도 시간 및 미작동 원인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한창"이라며 "사고 예방 조처가 적절했는지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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