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시진핑 리스크와 ‘중국책략’ 필요성
이미숙 논설위원
러 이어 리스크 규정된 시진핑
美도 日도 중국은 전략적 도전
尹정부만 주요한 협력국 간주
中은 국제 규범 어기고 힘 과시
협력 원칙과 기준 명확히 하는
중국책략으로 한중 윈윈 해야
새해 시작과 더불어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2023년 전망의 특징은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시 주석을 올해의 10대 리스크 2위로 꼽았다. 불량국가 러시아에 이어 시 주석이 2번째 리스크가 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핵전쟁 가능성만큼이나 그의 독재가 위험하다는 인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2023년 10대 트렌드에는 ‘중국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Anywhere But China)’는 각국 기업의 탈중(脫中) 움직임이 꼽혔다. 20여 년 전 조지 W 부시의 빌 클린턴 정책 뒤집기(Anything But Clinton) 표현을 변형한 것인데, 글로벌 기업의 중국 이탈 기류가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글로벌 반중(反中) 트렌드가 뚜렷해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중국에 대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패권적 도전’으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은 개정된 3대 안보 문서에서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했다. 나토 정상회의도 새 전략개념에서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연설에서 “중국과의 황금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교역이 중국을 변화시킬 것이란 환상은 깨졌고, 대중(對中) 대결은 현실이라는 게 자유 진영의 결론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냄비 속에 든 개구리’처럼 안이하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이다. 윤 정부는 중국을 “번영과 평화 달성의 주요 협력국”으로 규정했다. “국제 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공동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 규범을 지키며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말은 그럴듯하나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자 중국은 한국인 단기 비자 발급 중단 조치로 맞받았다. 국제 규범인 코로나 통계 공개를 거부하면서 사드 배치 때처럼 보복카드를 꺼내 협력의 접점은 찾기 어려워졌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오랜 세월 살아온 데다 공자, 맹자 등 사상가들에 대한 이해도 중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제20차 당 대회에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시 주석 및 측근들로 채워져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견제와 균형은 사라졌다. 경제 정체 속 코로나 사태가 위기 상황인데도 공산당이 시 주석 옹위에만 신경을 쓰자 국제사회가 올해의 위기 요인으로 시진핑 리스크를 꼽은 것이다.
국제 규범에 입각한 대중 협력은 양날의 칼이다. 전자에 치중하면 중국과 대결, 후자에 주력하면 미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된다. 대중 협력 천명이 ‘위장된 안미경중’으로 인식될 여지도 있다. 중국이 한·중 협력을 이용해 서방의 봉쇄를 돌파하려 들 경우 한국은 트로이목마가 된다. 따라서 대중 협력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1880년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은 ‘내가 생각하는 조선책략’에서 ‘중국을 받들며 일본과 결속하고 미국과 연대하라(親中 結日 聯美)’고 했다. 위기의 조선을 위한 조언처럼 보이나 러시아를 저지하려는 청의 책략일 뿐이었다.
이제 140여 년 만에 우리가 사면초가 중국에 제언할 차례다. 황준헌은 중화적 세계관에 얽매여 일본의 조선 침략 기류조차 간파하지 못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개방 경제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우리는 객관적으로 중국의 살길에 대해 고언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관련 정보 투명 공개와 국제 규범에 따른 경제 운용이 경제 성장의 기본 조건이라는 점을 환기시켜야 한다. 중국이 김정은 독재 뒷배 역할에서 벗어나 북핵 폐기에 공조해야 한·중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밝혀야 한다.
18∼19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책략’이란 형식으로 한·중 협력 원칙과 중국의 길을 밝히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 스스로 시진핑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자유 진영의 중국 배제 기류가 포용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중이 윈윈하는 중국책략 제시로 윤 정부의 대중 협력이 구체화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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