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농업 망칠 양곡법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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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선 서민 취약차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원 배분 차원에서도 양곡관리법은 쌀을 제외한 다른 농업 분야 예산 수요를 소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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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최근 정치권에선 서민 취약차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최고금리는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연 66%에서 현재 연 20%까지 떨어진 상태인데, 정치권은 이마저도 높다며 연 10%까지 낮추자고 한다. 그러나 최고금리를 낮춘다고 서민들 부담이 줄어들까? 오히려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조달금리가 치솟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대출 창구를 닫아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서민·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법이지만, 저신용 서민들의 금융기관 접근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영세 상인들에겐 간판 달고 정식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보다 시장 ‘일수꾼’이 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는 27일 이후면 국회 본회의에서 언제든 처리가 가능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쌀값이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진다” “50만 농가가 생산하고, 5000만 국민이 소비하는 쌀의 수급과 가격관리는 모두의 공생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들의 이면에는 ‘쌀은 가장 중요한 작물’ ‘농민들은 약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쌀 농가는 정부가 무조건 도와줄 대상은 아니다. 쌀 직불금제 시행 당시,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했을 때 상위 7%의 대농(3㏊ 이상 경작자)이 직불금의 약 38%를, 하위 72%의 소농(1㏊ 미만)이 29%를 수령했다. 땅이 넓은 부농에게 직불금이 더 지급됐다. 의무격리제가 도입돼 정부가 쌀을 매입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대농들이다. ‘수요 대비 3% 생산 초과, 평년 대비 5% 이상 가격 하락’이란 조건과 함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생산조정제)도 병행하기에 정부 수매가 매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그러나 대농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할 것이다.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데 굳이 다른 작물을 심을 이유도 없다.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부농을 위한 법안과 다름없다.
자원 배분 차원에서도 양곡관리법은 쌀을 제외한 다른 농업 분야 예산 수요를 소외시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시 2030년까지 매년 평균 1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는 내년도 농업 분야 예산의 8%에 해당한다. 쌀을 포함한 식량 작물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의 절반에 달하고, 취약계층과 임산부·학생에게 먹거리를 지원하는 복지 사업예산의 7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금까지 시장격리로 발생한 채권잔액만도 3조5000억 원, 이자도 5% 중반대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쌀전업농 단체들에 선심을 베풀어 이들의 지원을 통해 차기 총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이 ‘농민’을 위한 정책으로 분식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농업 예산의 불균형과 일부 부농에 편중된 지원 등은 미래 농업을 위협하는 행위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다. 알면서 모른 체하는 정치권의 반복된 행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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