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원인, ‘군중 유체화’…특수본이 되짚은 ‘그날의 현장’

김범준 2023. 1.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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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찰청 특수본 ‘이태원 사고 수사결과’ 발표
좁은 골목에 인파 몰려 ‘군중 유체화’ 현상
자신 의지대로 걸어갈 수 없는 ‘덩어리 형태’ 지속
경사면에서 연쇄 전도…주요 사인 ‘압착성 질식’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10·29 이태원 핼러윈데이 축제 대규모 압사 사고의 주요 원인은 ‘군중 유체화’ 현상이었던 것으로 경찰이 결론을 내렸다.

(사진=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이태원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3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에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 원인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걸어갈 수 없는 덩어리 형태’가 된 군중의 유체화 현상을 꼽았다.

경찰의 사고 발생 당일 현장 CCTV 분석 등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를 앞뒀던 당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해밀톤호텔이 위치한 T자형 삼거리를 중심으로 오후 5시경부터 인파가 지속 유입하기 시작하며 오후 8시30분쯤부터 인파 밀집도가 최고조에 이르며 극심한 정체가 발생했다.

오후 9시 이후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T자형 삼거리 좌우로 군중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의지에 의한 거동이 어려운 군중 유체화가 발생하면서 정체와 풀림을 반복했다. 오후 9시부터 9시10분까지 4건의 112신고가 연달아 접수되는 등 세계음식거리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이 감지됐다.

오후 10시쯤 사고 발생 골목에서 내려온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온 인파로 인해 차로까지 밀려 내려오는 등 인파 관리가 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했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13분경에는 군중의 밀집이 더욱 심화하면서 T자형 내리막길을 통해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는 등 군중 유체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이태원 1번 출구에서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의 도로 폭은 평균 4m 내외, 특히 사고 발생 현장의 도로 폭은 3.199m로 골목에서 가장 좁은 지점에 해당한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사고 당시 부상자들은 “대부분 인파에 밀려 강제로 사고 지점으로 가게 됐으며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하는 현상이 있었다”, “뒤에서 파도처럼 밀리는 느낌을 받았고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 등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중 유체화 현상이 심화하던 중 오후 10시15분쯤 세계음식거리의 밀집 군중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사고 골목으로 떠밀려 내려오면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엉켜 넘어지면서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도 순차적으로 전도됐다. 이때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군중의 이동이 더욱 지체되면서 사람들이 전도된 지점 뒤편으로 군중 밀집도가 점차 증가했다는 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원의 2차 감정 결과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 대규모 압사 사고 현장의 도로 경사를 보여주는 모식도. (사진=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경찰의 수사 자문을 맡은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사고 골목길을 단순화해 시뮬레이션한 실험 결과, 일방통행 혹은 양방향 우측통행과 달리 불규칙한 ‘양방향 통행’에서는 800명부터 유동이 막히고 기준 이상의 힘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 압사 사고의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후 오후 10시 19분쯤 사고 골목 아래쪽을 통해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0시 30경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구조를 시작했다. 경찰과 소방은 오후 10시 32분에서 37분 사이 끼임으로 인한 압력이 덜한 사고 골목 위쪽부터 끼어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면서 순차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끼임 현상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은 오후 11시 23분쯤 해소됐다.

경찰과 국과수 조사에 따르면 최초 전도 지점부터 약 10m에 걸쳐 끼임이 발생했고, 넘어진 사람들의 눌림과 끼임으로 발생한 압력으로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사 결과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와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사망자들의 사인에 대해 자문한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은 “압박에 의한 사망임은 분명하며 이를 크게 3가지 질식, 복강(간·비장·골반 등) 내 출혈, 재관류증후군(무거운 물체에 깔린 압력이 풀리는 순간 몸속 독성물질 분비로 장기 공격 등 심정지 초래)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망자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일정하지 않고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압력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일률적으로 ‘골든타임’(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논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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