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둔화에 경제 연착륙·골디락스 기대까지 나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하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까지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5% 올라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보다도 0.1% 하락했는데, 전월보다 CPI가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자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이 0.25%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유력해지는 동시에 연착륙과 연말 금리 인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계자들은 그간 다음 달 FOMC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또는 0.5% 포인트 인상할지 여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최신 자료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날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0.25% 포인트 금리 인상 예상이 더 유력해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금리를 7차례에 걸쳐 공격적으로 올렸고 마지막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인상했다.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진 동시에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 연착륙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늘어나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는데, 비농업 일자리는 22만 3천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상회했고 실업률은 3.5%로 54년 만의 최저치 타이기록을 세웠다.
연착륙이 이뤄지려면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약세 없이도 물가상승률이 꺾여야 하는데, 현재 시점의 경제 데이터 조합이 그 현상 자체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추세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진 않더라도 확실히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인플레이션 둔화가 골디락스 시나리오로 가는 길이라고 예상한다.
이론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연준이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완화해 지난해에 이어 주식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플레 완화와 강한 노동시장이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고 있어 FOMC에서 금리 인상 관련 논의가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정도를 두고 시장과 연준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투자자들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번 인플레이션 둔화 데이터는 이 예상에 기름을 부었다고 진단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을 찍었고, 물가 상승 압력이 매우 빠르게 하강해 연준이 올 연말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선물거래 기업 CME 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금리 파생상품 시장 트레이더들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해 3월까지 4.9%까지 올릴 가능성을 90%로,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최소 한 번 인하할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
반면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에 나서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해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시장이 왜 인플레이션을 그렇게 낙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고 연준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과 연준의 예측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는 기술적 요소 등을 들 수 있다.
연준의 분기별 경제·금리 예측은 투자자들이 금리 선물 시장을 통해 측정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예측은 연준 관계자 각각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서 생각하는 금리 수준을 나타낸다. 따라서 연준 예측은 한 가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시장은 서로 다른 경제 시나리오를 더 고려하는 금리 선물 시장에서 확률에 가중치를 둔 베팅을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연준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낙관적인 의사를 표명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금리 전략가 마크 카바나는 "시장은 연준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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