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딴청 부리듯 얘기”…이재명 “제3자 뇌물죄 아닌가”

고성호 기자 2023. 1. 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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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신년 기자간담회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 방식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딴청 부리듯 얘기를 했다”고 평가 절하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배상금 지급 방식과 관련해 “제3자 뇌물죄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자기 발등에 급한 불부터 꺼야 되는데 딴청 부리듯 얘기를 했다”며 “이목을 딴 데 돌리기 위해 저러는가 싶기도 하고, 감동도 없고, 논평도 별로 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없다는 얘기가 있다”며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이 대표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에 대한 이 대표의 자세한 입장 표명이다. 그런 것 없이 그냥 정치 탄압, 사법 리스크, 검찰 리스크라고 해서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재판이 대법원에서 희한하게 뒤집혔던 일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대법원 재판을 거래하다시피 작용한 것들이 나오고 있다”며 “진작 경기도지사도 그만둬야 하고 피선거권이 없어져야 할 재판을 거래를 통해서 했다면 이것이야말로 크게 처벌을 받아야 될 사법부 붕괴 사건이다. 이 대표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장 표명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어제 야당 대표 지위를 앞세워 개헌 문제와 선거구제 개편 문제, 경제 문제, 심지어 영수 회담 제안까지 하면서 자신의 범죄 의혹을 가라기 위한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국민 시선을 분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는 자신의 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당 대표 지위를 남용하면서 당과 소속 의원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민주당을 자기 방탄에만 악용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벼랑 끝으로 밀며 자기의 방패막이가 되라고 강요하는 일을 이제 멈추고 정정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정부가 일본의 사과도 없이 우리 기업이 출연한 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공개했다”며 “일본에 전쟁 범죄의 면죄부를 주고, 한국 기업에 배상 책임을 떠넘기려는 용납 못 할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그에 따른 책임”이라며 “대통령부터 일본 눈치만 보는 굴종 외교가 계속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아주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2일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한국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조성한 뒤 추후 일본 정부를 설득해 일본 피고 기업들까지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피해자가 ‘사과해라, 책임져라’고 하는데 옆에서 지갑을 꺼내 들고 피해자한테 ‘얼마 필요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간, 쓸개를 다 내주겠다는 태도로 보이는데 저자세, 굴종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일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피해자들을 더는 우롱하고 모욕하고 상처 줘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을 위해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에게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라고 출연을 요구하면 지금 검찰이 억지를 쓰는 제3자 뇌물죄 아니냐”며 “대놓고 그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없지만 차별적 법 적용을 하겠다는 뜻인지 여러 측면에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관내 기업들에게 토지 용도변경 등을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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