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채 600년 버틴 경주 마애불, 바로 세운다
경북 경주 남산의 여러 계곡 중 하나인 열암곡에는 엎어진 채로 발견된 마애불이 있다. 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머리(불두)가 잘린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를 위해 작업하던 중 이 마애불을 발견했다. 불상을 새긴 바위는 높이 5.6m, 무게는 70~80t으로 추정된다.
이 거대한 불상이 속절없이 고꾸라지면서도 코끝 하나 다치지 않아 ‘5㎝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불상의 콧날과 바닥의 거리가 5㎝에 불과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태로 593년을 버텨내서다.
엎어진 채 땅을 보고 있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추진된다.
경주시는 대한불교조계종, 문화재청과 함께 열암곡 마애불을 2025년에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조계종은 앞서 지난 11일 ‘마애불 바로 세우기’를 포함한 주요 사업을 담은 ‘천년을 세우다’ 프로젝트 추진 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사업 계획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주시는 마애불을 세우는 방안과 관련해 안전성을 파악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맡은 ‘마애불 보존 관리 방안 연구 용역’에 대한 결과는 올해 8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불상과 같은 크기의 모형으로 모의실험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암곡 마애불은 과거 큰 지진 때문에 넘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용역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 불상이 약 600년 전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도를 좁히면 진도 7 안팎의 지진이 잇따랐던 1430년이 유력하게 꼽혔다.
세종실록에도 서기 1430년 9월13일에 경북 경주시를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 큰 지진이 있어 났다는 기록이 있다. 집중 호우나 홍수에 따른 산사태도 붕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발견 당시 문화재청은 마애불을 바로 세우려고 했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무게가 70~80t에 달하는 데다 불상이 엎드려 있는 곳의 경사도도 40~50도로 가파른 탓이다. 해발 300m가 넘는 산 중턱, 크레인 등이 동원되기에 협소한 산길 등도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2021년 마애불 주변의 지반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축대벽을 쌓아 올리는 보강 공사를 했다”며 “산사태나 호우로 바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마애불 주변에 철망을 설치하는 등 훼손 위험성도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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