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암 경고문이라니”…이탈리아, 아일랜드 정책에 반발

신기섭 2023. 1.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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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가 포도주, 맥주, 증류주 등 각종 술에 암 위험 경고문을 붙이기로 하자, 주요 포도주 생산국인 이탈리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각) 아일랜드가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통보한 주류 경고문 부착 방침에 대해 집행위원회가 6개월 동안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음에 따라 아일랜드가 이 방침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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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술병에 암 경고문 의무화 예정
이탈리아, “포도주는 우리 문화의 일부”
유럽연합 집행위는 반대하지 않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키안티 포도주 행사장에서 사람들이 포도주를 시음하고 있다. 피렌체/EPA 연합뉴스

아일랜드가 포도주, 맥주, 증류주 등 각종 술에 암 위험 경고문을 붙이기로 하자, 주요 포도주 생산국인 이탈리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각) 아일랜드가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통보한 주류 경고문 부착 방침에 대해 집행위원회가 6개월 동안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음에 따라 아일랜드가 이 방침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 회원국이 아일랜드의 방침에 반발했지만, 집행위원회는 반대 의사를 제시하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각종 술병에 “음주는 간 질환을 유발한다”, “알코올과 치명적인 암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에 위험을 초래한다” 등 3개 문장을 적도록 할 방침이다. 이 조처가 공식 시행되면 주류 업계는 3년 안에 술병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최대 농업 단체인 ‘콜디레티’는 아일랜드의 이런 정책이 이탈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의 포도주병 경고문 부착 허용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다른 조처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류주 과다 소비와 알코올 농도가 낮은 맥주와 포도주의 소비를 동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에토레 프란디니 대표는 유럽연합이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건 옳지만 건강 보호가 “개별 품목들을 부당하게 불법화할 위험이 있는, 지나치게 단순한 결정으로 현실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루이지 데라모 이탈리아 농림부 차관도 포도주와 맥주를 증류주나 담배와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별 품목을 불법화한다고 공중 보건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며 “포도주는 역사, 문화, 우리 땅의 표현이며, 지중해 식단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키안티 포도주’ 단체인 ‘키안티 포도주 컨소시엄’의 조반니 부시 대표는 아일랜드가 이탈리아 포도주를 많이 수입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처를 취할 경우 이탈리아 포도주의 이미지에 헤아릴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주요 포도주 수출국이며, 수출액은 업계 전체의 연 매출액 140억유로(약 18조8천억원)의 절반을 넘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한편, 아일랜드 정부가 경고문 의무화 방침을 밝히자 음주 관련 운동단체 ‘아일랜드 알코올 행동’은 “시민들이 음주에 내재된 위험을 알 권리를 인정한, 아주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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