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상승률, 14개월 만에 6%대 하락…“2월 0.25%p 금리인상 유력”(종합)

정미하 기자 2023. 1.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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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6%대로 내려왔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6개월 연속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5% 올랐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로 내려온 건 2021년 10월(6.2%)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 0.1% 떨어졌다. 전달 대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다 CPI는 6개월째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CPI는 9.1%로 급등한 이후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낮아졌다.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10일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식료품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7%, 전월보다 0.3% 올랐다. 11월 상승률(6.0%)보다는 0.3%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 10~12월까지 3개월 평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로 1년여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 美 물가 상승세 둔화…“연준, 0.25%포인트 인상 유력”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는 것이 또 한 번 확인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올해 첫 통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오는 2월 1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면서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했지만, 12월 마지막 FOMC에서 빅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췄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를 4.25~4.5%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했다는 소식에 1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 /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인 레피얼 보스틱은 지난 9일 애틀랜타 로터리 클럽이 주최한 경제포럼에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지표가 나온 상태에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낮아졌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연준이 0.25%포인트만 올리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같은 날, WSJ과의 인터뷰에서 CPI 등의 둔화를 전제로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는 1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0.25~0.5% 포인트 인상이 합리적이지만, 나는 0.25%에 기울고 있다”며 “더 작은 폭의 금리 변화는 우리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준다”고 말했다.

◇ 금리 인상폭만 둔화, 인상 기조는 유지…“금리 5% 이상 유지될 듯”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춘다고 해서 금리 인상 기조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준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은 10일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처럼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은 건강한 경제의 기반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에게 셀 수 없는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실업률 증가를 포함한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를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약간의 고통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면서도 최종 금리는 5% 이상으로 제시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2분기 초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한 다음 오랜 시간 유지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5~5.25% 범위로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연준이 오랫동안 5% 이상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달 대부분의 연준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예상했다”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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