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그랬다니” 석유 메이저의 솔직했던 온난화 예측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이 지난 1970년대부터 기후변화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엑손모빌이 과거에 발표한 기후 예측 보고서와 논문을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실제 기후 변화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엑손모빌이 1977∼2003년 작성한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엑손모빌은 화석연료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지구 기온이 10년에 섭씨 0.2도씩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지표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전과 비교할 때 2도 안으로 억제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추정치도 당시 문건에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승 폭 2도 억제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목표로 합의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엑손모빌이 내놓은 예측은 정부나 학계에서 내놓는 모델과 일치했으며 또 그만큼 능숙했다”며 “이들의 연구가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가 제시하는 것만큼 정확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이 지금까지 화석연료와 기후 변화 간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해왔다는 점이 문제다. 엑손모빌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렉스 틸러슨은 2013년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1999년 엑손모빌 CEO였던 리 레이먼드도 “기후 전망은 아직 완벽히 입증되지 않은 모델이나 단순한 추측에 기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 과학사학자 나오미 오레스케스는 “이번 발견으로 엑손모빌 경영진의 위선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오레스케스는 “그들은 자사 과학자가 매우 높은 수준의 작업을 수행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직 자신들만 그 특권적 정보에 접근하면서 대중에는 기후 모델이 허풍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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