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년 5개월새 3%p↑…가계·기업 이자 64조원 불어
금융당국 '자제' 압박 등에 실제 예금·대출금리 인상폭 유동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올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0%로 3.00%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와 기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4조원(가계 40조원+기업 24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여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 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금리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대출금리 상승 폭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2021년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이날까지 모두 3.00%포인트(0.25%포인트×12) 인상한 만큼, 1년 5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9조6000원(3조3000억원×12)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작년 8월 이후 대출자 한 사람의 연이자도 196만8000원씩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
아울러 가계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우려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르면 가계소비는 평균 0.37%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080∼8.110% 수준이다.
작년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12월 중순부터 적용)가 역대 최고 수준(4.34%)으로 뛰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섰다.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상승 탓에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이미 연 상환액이 50% 가까이 불어난 경우도 적지 않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A씨(신용등급 3등급)는 약 2년 전(2020년 11월) 5억원 이상 은행에서 빌려 서울 양천구 목동 우성아파트 33평형(전용면적 84.63㎡)을 매입(12억5000만원)했다.
A씨의 총대출액은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원(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과 신용대출 1억원(대출기간 1년. 매년 기한연장 가능.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을 더해 5억3000만원이다.
A씨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연 2.98%, 신용대출 3.61%로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10만9000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80만9000원+신용대출 이자 3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5.50%, 7.48%로 뛰었고, 월 납입액(240만9000원+62만3000원=303만2000원)도 2년 새 44%나 늘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경우, 은행 예금금리 상승을 통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예금 금리가 치솟자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며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분조차 아직 예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년 말 이후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하단은 3%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아울러 예대 금리차 확대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최근 은행 스스로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낮추는 사례까지 잇따르는 만큼 더욱 기준금리 인상이 실제 금리에 얼마나 반영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걱정거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인상돼도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원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뒤 1년 5개월 사이 불어난 이자만 약 24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해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원자재가격·환율(원·달러) 상승, 채권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기업 대출은 오히려 급증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작년 12월 말 잔액 1170조3000억원)은 지난해 104조6000억원 불었는데, 증가액이 2021년(89조3000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많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대출을 잔뜩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늘어나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한은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 둔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약 40조원이 올해 말까지 부실 위험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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