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전파력”이라는데…오미크론 ‘XBB.1.5’ 얼마나 위험?

곽노필 2023. 1.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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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국내는 아직 미미
최강 항체 회피력에 세포 부착력도 더 좋아져
증세 더 위험하진 않아…개량 백신 좋은 효과
역대 최강의 전파력을 갖춘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확산되고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강의 전파력을 갖춘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새해 초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XBB.1.5라는 이름의 이 변이는 오미크론 하위변이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 11일 현재 38개국에서 감염 사례가 세계 보건 당국에 보고됐다.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XBB가 이후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생겨난 또 다른 하위변이다. 미국에서 주로 확산돼 전체 확진자의 82%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하순 미국에 상륙한 이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를 1.6으로 추정했다. 감염자 한 사람이 1.6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8일 첫 감염 사례가 나타났으나 아직은 전제의 0.2%로 비중이 낮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이 변이는 현재 미국 신규 확진자의 28%를 차지한다. 미국 전체로는 2번째로 많은 변이다. 하지만 북동부지역에서 신규 확진자의 70%를 넘는다.

문제는 일부 과학자들이 이 변이에 ‘크라켄’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크라켄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신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이다.세계보건기구의 마리아 반 커코브 박사는 XBB.1.5가 지금까지 발견된 오미크론 계열 변이 중 가 장 전파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 변이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차오윈룽 베이징대 연구원(면역학)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변이가 전 세계 우세종이 될 것이란 건 거의 확실하다”며 “단 하나의 경쟁자도 찾을 수 없으며 다른 모든 변이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네이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를 추적해 변이 방향을 예측해온 그를 ‘올해의 과학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이 변이가 전 세계의 코로나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전파력이 높더라도 이미 광범위한 감염과 예방 접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염자나 입원자가 급증하지 않을 수도 있다.

486번째 아미노산의 변이가 핵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변이체는 XBB 변이의 하위변이체다. XBB는 지난해 초 BA.2 혈통의 두 계열이 재조합해서 탄생한 변이다. 오미크론에서 파생돼 나온 BA.2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14개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추가된 변이 바이러스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 들어가기 위해 세포벽에 달라붙는 용도로 쓰는 도구다. 현재 시중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만든 것이다.

그런데 XBB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일련의 돌연변이를 통해 역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중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이 가장 커졌다. XBB.1.5는 여기에 F486P 아미노산 변이가 더 추가된 것이다. F486P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1270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486번째 아미노산이 페닐알라닌(F)에서 프롤린(P)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차오 연구팀은 지난 5일 사전출판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 이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 들어갈 때 세포벽의 ACE2 수용체 단백질에 달라붙는 힘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은 약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F486 변이가 세포 결합력을 더욱 높인 셈이다.

차오 박사는 ‘네이처’에 “XBB.1.5는 F486P 덕분에 다른 변이체보다 훨씬 더 전염력이 높아져 현재로선 추가 변이에 대한 진화 압력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체 내에 하위변이에 대한 면역력이 구축되면 이 변이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 입자(주황색)에 감염된 세포(보라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NIAID/NIH

2가 백신, 최근 변이에도 좋은 효과

XBB.1.5가 언제 세계의 우세종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독일 암연구센터의 모리츠 게르스퉁(컴퓨터생물학) 연구원은 미국에서 매주 2배씩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말했다. 그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는 하지만 오미크론의 초기 확산 속도보다는 느리며 2022년 가을의 BQ.1과 BQ.1.1 변이 확산 속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과 과학자들은 XBB.1.5가 전염성은 더 강해졌으나 감염 증세가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는 11일 발표한 위험 평가 보고서에서 “XBB.1.5 변이가 다른 것들보다 전염성은 더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자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어떤 특성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2가 백신은 XBB를 비롯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변이에 대해서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며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백신 3차 접종 그룹과 3차 접종 후 2가 백신을 추가 접종한 그룹의 중화항체를 비교한 결과, 2가 백신을 맞은 그룹의 중화항체가 1.5~2.8배 더 많았다. 다른 연구에선 중화항체가 3~12배 더 많게 나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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