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새 기준금리 3%p↑…가계·기업 이자 64조원 불어

신호경 2023. 1. 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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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이후 가계 연이자 평균 200만원 증가 추정
정부 '자제' 압박 등에 실제 예금·대출금리 인상폭 유동적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올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0%로 3.00%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와 기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4조원(가계 40조원+기업 24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여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 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년 5개월 새 기준금리 3%p↑…가계·기업 이자 64조원 불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2023.1.12 mon@yna.co.kr

가계 이자만 약 40조원↑ 추산…부실 위험·소비 위축 우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금리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대출금리 상승 폭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2021년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이날까지 모두 3.00%포인트(0.25%포인트×12) 인상한 만큼, 1년 5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9조6천원(3조3천억원×12)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작년 8월 이후 대출자 한 사람의 연이자도 196만8천원씩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가계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우려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르면 가계소비는 평균 0.37% 감소하기 때문이다.

[표]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8% 넘어선 대출금리, 예금금리 오르나…금융당국 억제가 변수

지난 6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080∼8.110% 수준이다.

작년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12월 중순부터 적용)가 역대 최고 수준(4.34%)으로 뛰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섰다.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상승 탓에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이미 연 상환액이 50% 가까이 불어난 경우도 적지 않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A씨(신용등급 3등급)는 약 2년 전(2020년 11월) 5억원 이상 은행에서 빌려 서울 양천구 목동 우성아파트 33평형(전용면적 84.63㎡)을 매입(12억5천만원)했다.

A씨의 총대출액은 주택담보대출 4억3천만원(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과 신용대출 1억원(대출기간 1년. 매년 기한연장 가능.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을 더해 5억3천만원이다.

A씨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연 2.98%, 신용대출 3.61%로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10만9천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80만9천원+신용대출 이자 3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5.50%, 7.48%로 뛰었고, 월 납입액(240만9천원+62만3천원=303만2천원)도 2년 새 44%나 늘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경우, 은행 예금금리 상승을 통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예금 금리가 치솟자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며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분조차 아직 예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년 말 이후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하단은 3%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아울러 예대 금리차 확대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최근 은행 스스로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낮추는 사례까지 잇따르는 만큼 더욱 기준금리 인상이 실제 금리에 얼마나 반영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 이자 증감 시뮬레이션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2년 전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억 원을 대출한 사람 중에는 이미 월 상환액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사례가 적지 않은데, 기준금리가 4.00%까지 높아지면 상당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족들이 상환 한계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한은 "금리 인상 등에 자영업자 대출 40조원 부실 가능성"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걱정거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인상돼도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원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뒤 1년 5개월 사이 불어난 이자만 약 24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해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원자재가격·환율(원/달러) 상승, 채권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기업 대출은 오히려 급증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작년 12월 말 잔액 1천170조3천억원)은 지난해 104조6천억원 불었는데, 증가액이 2021년(89조3천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많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대출을 잔뜩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늘어나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한은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 둔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약 40조원이 올해 말까지 부실 위험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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