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는 그 어느 해보다 '신기방기한' 신제품이 많이 출품돼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성황리에 막을 내린 올해 CES의 슬로건은 'Be in it(빠져들어라)'. 말 그대로 관람객을 '빠져들게' 만든 혁신적인 IT 제품들을 소개한다.
내 삶을 바꿀 생활 밀착형 기술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열린 올해 CES에서 기업들은 먼 미래를 향한 기술 대신 현실에 곧장 적용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기술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브스' 등 주요 경제 외신도 이번 행사의 백미(白眉)를 꼽는 기사에서 실용성이 뛰어난 IT 제품에 주목했다.
WSJ는 1월 9일 'CES 2023: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가장 흥미로운 장치들(These Are the Most Intriguing Gadgets We Saw in Las Vegas)' 기사에서 올해 CES에 등장한 가장 흥미로운 제품 21개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는 프랑스 스타트업 스카이티드(Skyted)가 만든 흡음 마스크 'Skyted mask'다. 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음성 진동의 80%가량이 흡수돼 인파 속에서 통화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다. 또 다른 제품은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Withings)가 개발한 소변 분석기 'U-scan'이다. 흰색 원형 분석기를 변기 안에 달아놓기만 하면 소변을 자동으로 분석해 수분, 영양, 신진대사 등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누와(Nuwa)가 내놓은 스마트 펜 'Smart ballpoint pen'도 순위에 포함됐다. 이 펜에는 카메라 3대와 적외선 조명이 달려 있어 사용자가 적는 글씨가 바로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돼 누와 펜 애플리케이션(앱)에 담긴다.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의 냄새 구현 웨어러블 기기 'ION 3' 또한 흥미로운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 기기를 목에 걸친 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실행하면 화면 내용과 일치하는 냄새가 나와 사용자가 영상 등을 더욱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5곳 '최고 혁신상' 수상
포브스는 1월 8일 'CES 2023 베스트: 색이 변하는 자동차부터 자율주행 유모차까지(From Color Changing Cars To Self-Driving Strollers)' 기사에서 최고 제품 중 하나로 자율주행 유모차를 꼽았다.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스킨트(Glüxkind)가 만든 자율주행 유모차 'Ella'는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파는 등 유모차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스스로 동작을 멈춘다. 오르막길에서는 뒤에서 미는 힘이 없어도 알아서 길을 오른다.
이 밖에도 국내외 언론,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제품은 많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원서드(OneThird)는 이번 행사에서 과일이나 채소가 어느 정도 익었는지, 부패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신선도 검사기 'Freshness scanner'를 선보였다. 일본 스타트업 오사카 히트 쿨(Osaka Heat Cool)은 피부에 대면 온냉 착각을 불러일으켜 가려움을 완화하는 기계 'ThermoScratch'를 개발해 내놓았다. 심한 가려움으로 고생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사용하면 실제 피부를 긁지 않아도 긁는 듯한 느낌을 줘 피부에 상처가 나는 것을 덜어준다. 여름철 모기에 물렸을 때도 이 제품을 피부에 대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올해 CES에 참가한 기업은 3000여 곳이다. 전에 없던,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인 제품에 주어지는 'CES 최고 혁신상'은 이들 기업 중 23곳에 돌아갔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11곳이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 그중 5곳(닷, 그래핀스퀘어, 지크립토, 버시스, 마이크로시스템)이 스타트업이다. 대기업도 최고 혁신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스타트업의 수상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된다.
닷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 '닷패드'를 개발했다. 닷패드와 연동된 아이패드에 손가락 등으로 글씨를 쓰면 이 글씨가 닷패드 화면에서 점자로 전환돼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내용을 읽을 수 있다. 홍병희 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그래핀스퀘어는 'Z자'로 접히는 휴대용 난방기구 '그래핀 라디에이터'를 내놓았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이뤄진 투명 물질로 열 전도성이 높고 탄성이 뛰어나다. 프레임을 구부렸다 펴도 계속해서 발열이 되는 이유다.
이외에 지크립토는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 'zK보팅'을, 버시스는 메타버스에서 아티스트와 그 음악을 사용자만의 색깔로 프로듀싱할 수 있는 '메타 뮤직 시스템'을, 명지대 기술지주회사인 마이크로시스템은 기상재해 때도 선명한 영상 감시가 가능한 '인공지능형(AI) 폐쇄(CC)회로TV'를 만들어 공개했다.
‘모션 필로우' 보려고 1만 관람객 몰려
‘최고'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한국 기업 100여 곳이 선정된 'CES 혁신상' 제품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 1만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은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의 코골이 완화 베개 '모션 필로우'가 대표적이다.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이 베개는 잠든 사용자의 숨소리를 분석한 뒤 자동으로 움직여 코를 골지 않는 위치로 머리를 옮겨준다.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에이아이포펫도 반려동물 건강관리 앱 '티티케어'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앱으로 반려동물의 눈과 피부 사진을 촬영하면 AI가 1차로 데이터를 판독한 뒤 수의사가 교차 검증해 90% 이상 정확도로 반려동물의 질병과 이상 징후를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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