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능했던 세종의 딸… 옥황상제 궁에 간 까닭은?[어린이 책]

2023. 1. 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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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때기 설화'라고도 불리는 우투리 설화는 지리산 일대 곳곳에서 전해지는 초인 이야기다.

박하익의 '도술글자'는 강렬한 존재감의 우투리 설화를 세종이 즉위한 1418년의 조선으로 가져온 역사판타지다.

주인공은 우투리가 아니라 세종의 딸 정소다.

도술에 능한 세종의 딸이라는 설정은 80권을 훌쩍 넘는 참고문헌 목록의 지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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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도술글자 1~3권

박하익 지음│창비

‘울때기 설화’라고도 불리는 우투리 설화는 지리산 일대 곳곳에서 전해지는 초인 이야기다. 가난한 부부가 아기를 낳았는데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억새로 탯줄을 자르고 태어난 이 비범한 아기장수는 태조 이성계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다른 세상을 바라는 백성들의 간절함은 우투리가 되살아나는 변이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박하익의 ‘도술글자’는 강렬한 존재감의 우투리 설화를 세종이 즉위한 1418년의 조선으로 가져온 역사판타지다. 그런데 방향이 상상 밖이다. 주인공은 우투리가 아니라 세종의 딸 정소다. 태종 이방원은 정소 공주의 할아버지로 등장하고 1422년에 죽음을 맞으며 그에 의해서 역적으로 몰린 심온은 정소 공주의 외할아버지로 나와 역시 작품 초반에 사약을 받아 죽는다. 정소 공주의 모험은 거대한 할아버지들의 죽음이라는 현실 역사의 소용돌이와 함께 시작하지만 사건은 광대한 판타지로 넘어간다. 옥황상제가 사는 자미궁과 남해 용궁, 한양의 궁궐을 가로지른다. 미스터리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독자를 쥐락펴락했던 관계 설정의 대가 박하익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극한의 대립을 돌파하는 팽팽한 서사를 선보인다. 정소 공주는 결국 자신을 겨냥할 존재를 친구로 두며, 역사적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은 성군 테스트를 겪으며 흔들린다. ‘용과 이무기는 같다’는 세계관은 세 권에 이르는 장편을 끝까지 뒷받침하는 든든한 철학적 토대다. 작가는 정소 공주와 원길의 모험을 통해 한글이 왜 백성들의 삶에 결정적 전환점인지를 깨닫게 한다.

도술에 능한 세종의 딸이라는 설정은 80권을 훌쩍 넘는 참고문헌 목록의 지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역사와 멀지 않고 옛이야기와 교류하지만 역사 자체는 아닌 어린이 판타지의 정석이다. 한자와 전문 용어를 피해가지 않는 상세한 주석은 독자에게 역사의 무게를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보현, 금림 등의 주변 인물들도 매력적이다. 정소의 성장을 지금보다 천천히 풀어서 더욱 방대하게 전개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깊이 있게 설레는 장편 판타지가 나왔다. 각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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