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소비자 중심 경영’ 통했다… 고객만족도 78.4 ‘역대최고’

박수진 기자 2023. 1. 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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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이 ‘환자 존중 캠페인’ 등을 펼치며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해당병원 직원이 입원환자 보호자에게 병실 생활 에티켓을 설명하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 제공

■ 2022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TOP11’ 중 병원이 8곳 포함

총점 85 세브란스 2연속 1위

전기·가스·원료 재생업 약진

무인경비보안 업종도 ‘상승세’

롯데면세점·hy도 부문별 으뜸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안완기)의 ‘2022년도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 결과 국내 82개 업종, 335개 기업·대학·공공기관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이 총점 8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고객만족도 ‘상위(톱·TOP) 11’에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병원 8곳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또 부문별로 삼성물산(아파트), 대구교통공사(도시철도), 롯데면세점(면세점)이 TOP 11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총점은 78.4점으로 2021년(78.1점)에 비해 0.3점(0.4%) 상승했다. 1998년 NCSI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생산성본부는 13일 “어려운 경제 여건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고객중심경영이 빛을 발하며 고객만족도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NCSI 조사는 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가 공동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고 있다.

◇14개 부문 중 11개 부문 만족도 상승=이번 조사를 경제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14개 경제 부문 중 11개 부문의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부문은 정체, 1개 부문은 하락했다. 가장 높은 NCSI 향상률을 기록한 경제 부문은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으로 모두 전년 대비 1.3%(1.0점) 상승했다. 예를 들어, 사업시설 관리 부문의 대표업종인 무인경비보안 업종의 고객만족도는 전년 대비 1점 상승한 79점으로 조사됐다. 최근 1인가구 확대에 따라 홈보안 서비스 수요가 늘고, 비대면문화 확산에 맞춰 무인매장, 홈시큐리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전략이 고객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대비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업종은 전년과 비교할 수 있는 전체 81개 중 영화관, 증권 금융상품 매매, 백화점 등 35개로 조사됐다. 2021년 53개에 비해서는 크게 감소했다. 음원서비스 등 8개 업종은 점수가 하락했다.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의 순위가 뒤바뀐 업종은 14개, 공동 1위로 나타난 업종은 13개로 나타났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선두기업들의 고객만족 노력으로 상위권 기업 간의 고객만족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NCSI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종별 NCSI점수는 최고 82점에서 최저 74점의 분포를 보였다.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는 8점이다. 병원이 고객만족도(82점)와 고객유지율(81%)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환자 접점의 비대면화 및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이유로 꼽혔다. 고객만족도와 고객유지율이 높은 업종은 해당 업종 내 기업에 대해 만족하면서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의 비율이 타 업종 대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부분 업종에서 고객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고객유지율도 높아졌다. 스마트폰과 지방은행이 뒤를 이었고 각각 고객만족도는 80점, 고객유지율은 79%였다.

◇각 부문 1위 비결은 소비자 중심 사고=1위를 차지한 세브란스병원은 지속적으로 환자 편의를 개선하며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 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명간호사를 통해 병원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환자용 의자를 설치했다. 수화통역전문 통역사 등 환자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의 다양한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전 과정에서 존중과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환자 존중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의료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커튼 푯말’을 설치해 환자들이 검사나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신체 노출을 방지하고, 병실 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애니메이션 교육자료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전체 8위이자 면세점 부문 1위인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환율 보상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고객 편의를 증대시켰다. 또 올 1∼2월에는 전관·시즌 행사인 ‘점핑 뉴이어(JUMPING NEW YEAR)’ 이벤트를 열어 괌 패키지 경품 행사와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엘디에프 페이(LDF PAY)를 최대 4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증정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파트 부문 1위인 삼성물산 래미안은 아파트 업계 최초로 서비스 브랜드인 ‘래미안 헤스티아’를 도입해 입주고객에게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헤스티아 매니저와 고객만족(CS) 엔지니어는 입주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다양한 연차별·연중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도움마당의 경우 세대 내 공간 케어 및 에어컨 필터 청소 등 입주 고객의 불편 해소에 집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y는 우유·발효유 부문에서 2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014년 도입한 냉장 카트 ‘코코’를 업그레이드한 3세대 코코 3.0을 개발·보급하며 한 단계 높은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남성정장구두 부문 1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금강제화는 국내 유일의 최고급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 올해 주요 업종별 만족도 전망

마스크 규제 해제 분위기… 화장품·통신 서비스 ‘맑음’

친환경·재활용 실천 활성화 관측

건설사 안전품질 분야 관심 급증

전자업종은 성장세 기대 어려워

‘2022년도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에서는 주요 업종별 2023년 고객만족(CS) 전망도 공개됐다. 올해 고객만족도 상승 여부는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코로나19 시대와는 달라진 고객 수요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소한 변화에도 면밀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신 서비스 업종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돼 있던 자원을 대면 고객 접점 서비스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전방위적 고객 만족 활동을 지속할 경우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에는 통신 서비스 업종 대부분이 전년 대비 정체 또는 하락한 가운데 무인경비보안 서비스만 유일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역시 다양한 해외 서비스의 한국 진출이 계획돼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TV, 스마트폰, 냉장고 등이 포함된 전자업종은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올해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2∼3년 전자업종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분야로 국가 차원의 경기 부양책, 이동 제한에 따른 가처분 소득 상승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전자 제품 소비에 지갑을 열었다.

생산성본부는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대응할 품질 개선,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한 고객 신뢰 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식음료 및 담배·주류업종은 외부 활동 재개로 변화가 큰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친환경·재활용 용기 사용, 포장의 잉크 사용 절감 등 실천 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소비의 중심으로 급부상 중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음료 시장의 경우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탄산수 등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종의 경우,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재택근무를 늘리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초반에는 편안한 착용성, 화려한 패턴, 원색이 강조된 패션이 인기를 끌었다면 엔데믹 시대에는 캐주얼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여성용 화장품은 실내 마스크 규제의 단계적 해제가 호재로 작용하며 올해도 만족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종 만족도는 올해 전반적으로 다소 정체가 예상된다. 지속적인 물가상승과 금리부담으로 신차 구매, 기존 차량 유지 모두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부문은 ESG 경영 트렌드의 확산, 재무적 측면의 외부 압력 등으로 건설 현장의 환경 측면에서 자재 개발의 흐름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난해 광주 화정역 아이파크 건설현장 붕괴로 고객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 품질에 대한 민감도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이어서 시공품질 확보와 하자에 대한 서비스 대응력 강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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