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육 잘 해내고 있는 걸까?… 나와 같은 이들에게 받는 공감과 위안[작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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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해요. 어쩜 그렇게 다 해낼 수 있어요?" 사람들은 두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인 나를 향해 이와 같은 칭찬을 종종 건네곤 한다.
일과 양육 사이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음과 돌봄의 대상을 향한 죄책감 사이에서, 모순과 분열을 견디며 매일매일을 버티고 있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데서 공감을 얻고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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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서재
“정말 대단해요. 어쩜 그렇게 다 해낼 수 있어요?” 사람들은 두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인 나를 향해 이와 같은 칭찬을 종종 건네곤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기쁘거나 뿌듯하기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는, 사실은 엉망인 내 모습이 떠오르기에.
실제로 나는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 의심스럽다.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지 못하고, 사랑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을 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좋은 작가인가 하느냐면, 역시나 자신이 없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벌써 몇 년째 끝마치지 못한 원고와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마감한 글들을 생각하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나처럼 흠결 많은 사람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여태 글을 쓰는 것일까. 매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이처럼 자신감이 하락하고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나만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일과 양육 사이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음과 돌봄의 대상을 향한 죄책감 사이에서, 모순과 분열을 견디며 매일매일을 버티고 있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데서 공감을 얻고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돌봄과 작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11명의 여성이 양육과 작업에 관해 쓴 책이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과 소설가 서유미, 번역가 홍한별, 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임소연과 장하원, 아티스트 전유진과 미술사 연구자인 박재연, 인터뷰어 엄지혜와 입양 지원 실천가 이설아, 편집자 김희진과 일러스트레이터 서수연은 각자 자기 작업에 집중하는 것과 주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과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돌봄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모른 채 덜컥 엄마가 되어버린 사실에 대하여, 그것이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하여, 결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에 대하여, 욕망과 고통과 두려움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하여, 그러한 모든 과정을 거쳐 달라진 자신의 태도와 그런 스스로에게 느끼는 마음에 대하여 고백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11명의 여성이 한 개인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속 문장과 같이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양육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그 깨달음을 작업과 삶 전반으로 펼쳐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난과 어려움의 경험이 많이 등장함에도 궁극적으로 사랑과 희망에 관한 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던 나의 경우처럼 비슷한 좌절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위로가 되는 동시에, 성취 지향적이며 능력주의가 강조되는 요즘 사회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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