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명소②]한국 국가대표급 관광지 '가천 다랭이마을'

차용현 기자 2023. 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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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구속돼 지내다 보면 심신이 지치게 마련이다.

경남 남해군 가천다랭이마을은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5호 지정할 만큼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과거 비옥한 땅도, 넓은 전답도, 깎아지른 절벽에 어업 기반도 없었던 가천다랭이마을이 오늘날 돋보이는 이유는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다랭이논이 현존하고 있고 다랭이논과 주위의 자연 풍광이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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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00여층 계단식 논들이 만든 아름다운 곡선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5호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남해군 가천다랭이마을. 2023.01.13. con@newsis.com

바쁜 일상에 구속돼 지내다 보면 심신이 지치게 마련이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시간이 없다는 등 여러가지 핑계로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뉴시스는 새해를 맞아 '경남의 명소'를 찾아 10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 소개한다. 이번이 그 두 번째 이야기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남해군 가천다랭이마을은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5호 지정할 만큼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특히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이곳은 국가대표급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뛰어난 경관적 가치 속에 숨은 이야기에는 한국적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도 하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다랭이마을에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해 봄 정취를 더하고 있다. 2021.04.06. con@newsis.com

남해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농경지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남해 곳곳이 산비탈을 일궈 만든 손바닥 만한 다랑이논이며, 바다로 곧장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논·밭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가천다랭이마을처럼 높게 솟은 두 개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이 산으로부터 45∼70도에 달하는 경사가 드넓은 남해바다로 내리지르는 곳곳에 100여층 계단식 논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자아내는 풍경은 이곳이 단연 일품이다.

이와함께 전면으로 막힘없이 드넓게 펼쳐진 쪽빛 바다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이 100여층의 계단식 논들의 미려한 곡선과 어울릴 때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자아낸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에서 모내기가 끝난 다랭이논에 모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2021.06.09. con@newsis.com

또한 산비탈에 의지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천마을의 취락구조를 살펴보면, 인위적으로 계획된 길을 따라 집들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집이 서고 길이 만들어진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마을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다랭이 논의 돌담이나 석축은 대부분 한 뼘이라도 논 면적을 넓히기 위해 바다와 수직을 이루는 90도 각도로 가파른 사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리며 세워져 있다.

조금이라도 논 면적을 넓히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곡선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연스런 곡선은 다시 파란 남해바다와 어울려 한국적인 아름다운 농촌풍경을 탄생시켰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 다랭이논에서 농부가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0.06.12. con@newsis.com

이런 면에서 다랭이 논은 가파른 경사라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지혜가 자연환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기에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우리나라 농촌문화 현장이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이지만, 급경사인데다 수심이 깊고 망망대해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만한 해안선이 없어 애초부터 어항을 만들 수 없었기에 절대 다수의 주민들은 산비탈 다랭이 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 들녘에 노란 유채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19.04.09.con@newsis.com

이러한 사연은 다랭이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삿갓논’, ‘삿갓배미’라고 이야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옛날 가천마을의 한 농부는 작지만 생계를 의지해야 할 다랭이논이기에 일을 할 때마다 습관처럼 논의 수를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날 이 농부는 쟁기질을 하다 고개를 들고 논의 수를 헤아려 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모자라더란다. 결국 한 뼘을 찾지 못한 채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안에 논이 하나 더 있더라는 것이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다랭이마을에 노란 유채꽃이 만개해 깊어가는 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2021.03.26. con@newsis.com

가천마을 해안선에서 응봉산 설흘산 능선까지 108층이 넘는 계단식곡선 위에는 400여 삿갓배미 다랭이 논들이 지금도 보존되고 있는데 한 뼘의 작은 땅도 논으로 만들었든 선조들의 노고와 그 땅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들의 강인함과 억척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비옥한 땅도, 넓은 전답도, 깎아지른 절벽에 어업 기반도 없었던 가천다랭이마을이 오늘날 돋보이는 이유는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다랭이논이 현존하고 있고 다랭이논과 주위의 자연 풍광이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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