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부동산 톡!] "2∼3배 폭등한 집값, 빚내서 떠받치라고?"

박상길 2023. 1. 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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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서울 남산에서 도심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2∼3배 폭등한 가격에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무주택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의 의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정부가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야심 차게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냉랭한 분위기입니다. 이 정책의 수혜자로 꼽혔던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집값이 하락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출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30일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연 4%의 고정금리에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합니다. 최대 관심사였던 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연 4%대로 책정됐지만, 소득이나 신혼 가구 등 일정 우대 조건 충족 시 3%대 중후반 금리도 가능한 구조입니다.

기존 정책 모기지보다 지원 대상을 크게 넓힌 게 특징인데, 특히 기존 보금자리론(소득 7000만원 이하)과 달리 소득 요건이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원받을 수 있는 주택가격 상한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렸으며,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유리합니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이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생애 최초 구매자 80%), 60%가 적용됩니다.

신규 구매를 비롯해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상환 용도,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보전 용도 등 세 가지 목적 모두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대출 갈아타기 등이 필요한 1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재고 아파트 중 80%에 이 특례보금자리론 혜택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높은 서울 지역 지역에서는 이 정책의 수혜를 받는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은 68%가 9억원 이하이지만,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높은 서울은 34%에 그쳤습니다.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인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이들에게 폭등한 집값을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송기균 집값정상화시민행동 소장은 "작년 약 10% 내외 하락한 집값은 향후 장기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대출을 파격적으로 확대해 젊은 층을 비롯한 무주택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주택을 떠넘기려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이 집값을 떠받치려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경제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은 반응을 의식한 듯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주택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질의·답변 과정에서 "한마디로 현 정부의 정책은 돈을 빌려서 혹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더라도 상반기 내 뚜렷한 변화를 이끄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안심전환대출보다 금리가 조금 높긴하나 최대 50년까지 만기가 다양하고 금리인상기 고정금리 대출의 매력이 있다고 본다. 소득제한이 없고 1주택자도 처분조건부로 받을 수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함 랩장은 그러면서도 "다만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고 경기도 둔화되고 있어 상반기 내 뚜렷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낙폭 과대 지역과 중저가 급매물 중심으로 일부 밑바닥 거래가 가능 하지만 수요자 심리가 바닥이라 큰 폭의 거래 증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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