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피해' 부동산 사기 연루 앵커 "난 아무것도 몰라, 내연녀가 시켰다"('실화탐사대')
[OSEN=김나연 기자] 부동산 사기 사건에 연루된 지역방송 앵커 최기태(가명)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12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어느 방송가에서 시작된 부동산 스캔들 전말이 공개됐다.
이날 한 피해자는 2019년 1월 전세로 방 계약을 했지만, 지난 6월 집주인으로부터 "월세가 안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알고보니 그 사이 집은 매매가 이뤄졌으며, 현재 집주인은 보증금 천에 월세로 알고 건물을 샀다는 것.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기 매물 리스트 출처가 모 주식회사라고 증언했다. 피해자들 등기부등본에서도 부동산 임대업을 전문으로 하는 모 주식회사와 홍희진(가명) 대표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전세를 들어가 있는데 전세입자가 없는것같이 해서 매수인들한테 판거다. 그사람들도 이중 피해를 보는거다. 피해금으로 접수된게 360억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매매한 주택은 전국에 총 413채. 전세낀 주택을 산다음 월세로 속인다음 파는 방식으로, 전세로 살고있는 세입자와 속아서 산 집주인 모두 피해자가 된 것.
특히 피해자들은 "대기업 누구와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 홍희진이 최기태 아내다. 그분을 이용한거다. 아나운서라고 하니까 아나운서가 솔직히 사기를 친다고 생각도 못한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기태는 지역의 간판앵커로, 하늘부자주식회사 홍희진 대표의 남편이 최기태라는 이유로 그들의 매물은 날개 돋친듯 팔렸다.
하지만 홍희진 씨의 동생은 제작진에게 "매형이 시키는대로 한거고 매형은 또 얘가 시킨대로 한거다. 죄를 뒤집어 쓸 사람을 누나로 세운 것"이라며 최기태의 배후에 또 다른 인물이 있음을 알렸다. 홍희진 씨는 "5월말에서 6월초 사이에 갑자기 전화오기 시작했다. 내돈 내놔라 안내놓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죽일거란 협박문자도 온다"며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찾아오고 나서야 사기 피해자인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그냥 가정주부고 남편이 시키는대로만 했다. 남편이 회사에 있을때니까 본인 이름으로 할수 없으니까 내이름으로 한다고 했다. 그게 위험하거나 그런 회사라고 생각 안했다. 큰 건물들 사고판다고 했다"며 "남편이 메신저로 계속 지시한다. 인감 떼라고 하고 돈 부치라고 하는거다. 가끔 계약하러 저도 오라더라. 그분들이 다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여기 와서 사인하라고 하면 사인하고. 한번에 열건씩 계약하기도 했다"고 자신 역시 명의를 빌려줬을 뿐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도장 찍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 안했냐"고 물었고, 홍희진 씨는 "그냥 계약 잘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홍희진 씨를 바지사장으로 만든사람은 한 여성이었다. 홍희진 씨의 동생은 "최기태가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2억짜리 집을 1억에 준다는거다. 매형이 '윤사라 회계사가 연락 갈거다'라고 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연락이 온거다"라며 홍희진씨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의 회계사라는 윤사라의 안내에 따라 집값 1억을 송금했지만 집은 못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등기도 못받았고 졸지에 1억만 날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자와의 대화에서도 등장하는 윤사라 회계사. 그의 정체는 최기태의 배후에 있던 방송작가 손나연(가명)이었다. 그는 최기태와 내연관계였다. 뿐만아니라 그는 홍희진 씨의 동생에게 전화해 "윤사라가 손나연이라는게 밝혀지면 안된다 윤사라가 손나연이라고 말하느니 그냥 죽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손나연은 윤사라뿐 아니라 홍희진씨, 국세청 직원과 검사까지 사칭해 피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최기태는 '실화탐사대' 제작진과 만나 주식회사 설립과 아내의 명의를 빌리자는것도 모두 손작가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걔가 재테크에 굉장히 능한 사람으로 나한테 얘기했고 나는 부동산 거래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법인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길래 그때 당시에는 내가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겸직을 못한다. 그래서 우리 집사람 이름으로 하자 그렇게 제의를 한거다 손나연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에 손나연을 '황금돼지'라고 저장한 그는 "나한테 부를 갖다줬다는 상징으로 붙였다"며 "제일 비싼 아파트에 살고 실질적으로 비싼 자동차도 사주고 그래서 '이친구가 굉장히 능력이 있구나' 믿게 됐다. 굉장히 나한테는 행운을 갖다준 사람으로 생각했다. 난 내인생에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나도 이렇게 될줄 몰랐다. 정상거래가 아니고 불법 사기 거래라고 알았다면 단 한건도 서류같은걸 안 떼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손나연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손나연의 동생은 "말이 안된다. 홍희진이 대표고 같이 사는 부인 명의랑 그렇게 해서 크게 사기를 저지를수가 있나. 언니도 자기가 잘못한거 인정하고 그부분에 대해서는 죗값 받고 그런 생각인데 그래도 자기도 억울하다 이거다"라고 언니가 모든 일을 벌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손나연 역시 제작진에게 옥중편지를 보내 자신은 억울하다, 최씨 부부의 거짓말이 밝혀질거라고 말했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를 거짓말쟁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피해금 360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현재 모 주식회사의 법인 잔고는 0원이었다. 최기태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수 있냐"고 지적했지만, 최기태는 "그러니까 눈이 멀었다.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사기 범행 책임에서 저도 100% 자유로울순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 사람이 사기를 칠수있게끔 여건을 제가 조성해준건 맞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책임이 있다고 하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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