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1-0 홍명보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23시즌 K리그가 개막하기 전 '역대급 폭풍'이 몰아쳤다. 바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아마노 준(전북 현대)의 갈등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례적으로 아마노를 디스했다. K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강한 비난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 시즌 울산의 우승에 역할을 한 아마노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아마노가 최대 라이벌 전북으로 이적한 것이다. 실망감이 큰 만큼 분노도 컸다.
그는 "아마노는 내가 아는 일본인 선수 중 최악이다.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떠났다. 돈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구단과의 약속을 깼다. 올 시즌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본인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북으로 이적했다. 결과적으로 돈 때문에 전북으로 갔다. 울산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K리그 역대급 비난이었다. 일반적으로 K리그 감독들은 얌전(?)하다. 상대를 향한 비난과 도발을 자제했다. 이 분위기를 홍 감독이 깨부순 것이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역시 홍 감독이다.
이에 아마노의 대응은 차분했다. 울산의 진심을 보지 못했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홍 감독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울산은 진심으로 자리를 만든 적이 없다. 시즌이 끝나고 일본에 돌아간 뒤에도 울산의 정식 오퍼는 없었다. 하지만 전북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 곧바로 요코하마와 임대 협상을 완료했다. 그리고 공식 제안을 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2주 후에 울산에게 오퍼가 왔다. 하지만 이미 그 당시에는 전북과 합의를 마쳤다. 전북에서 정식 제안이 왔다는 걸 듣고 오퍼를 보낸 건 나를 전북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격 모독적 비난을 받았음에도 아마노는 홍 감독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놓지 않았다. 디스를 디스로 대응하지 않고 디스를 존중으로 받아쳤다. 노련하고 현명한 방식이었다. 이번 갈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발언이었다.
그는 "홍 감독의 발언에 충격도 받고 실망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홍 감독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홍 감독은 나를 K리그로 데리고 와준 은사고, 울산의 우승을 이룬 전우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급발진. 아마노의 차분한 대응. 승부는 갈렸다. 두 사람의 첫 번째 대결은 아마노의 승리로 끝났다. 아마노 1-0 홍명보.
절차상 아마노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준 구단의 손을 잡았을 뿐이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행동이다. 프로는 돈으로 말하고 돈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주는 팀으로 가는 게 정석이다. 아마노는 정석대로 했다.
반면 홍 감독은 구두 계약이라는 신뢰에 너무나 의존했다. 계약이라는 건 변수가 많다. 최종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계약이 아니다. 입으로 한 계약은 계약이 아닌 것이다.
홍 감독은 여전히 낭만에 빠져있는 듯 하다. 순수한 건지, 현실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홍 감독의 디스 대상이 잘못된 것 같다. 홍 감독은 아마노의 마음을 떠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한 이가 누구인지 파악을 못한 것 같다. 비난의 대상은 아마노가 아니라 아마노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울산 프런트가 돼야 했었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K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의 역대급 디스로 인해 전북과 울산의 라이벌전이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리그 흥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북과 울산의 경기에 '아마노 더비'라는 강력한 이름이 추가됐다. 아마노와 홍 감독의 두 번째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마노는 "이 결단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이적했다. 울산전 각오는 됐다. 올해는 전북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님과 함께 트레블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3일 2023시즌 K리그1 일정을 공개했는데 '아마노 더비'가 공식 개막전으로 결정됐다. 오는 2월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홍 감독과 아마노의 두 번째 맞대결이 펼쳐진다. 벌써부터 뜨겁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