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긴 오르는데'… 증권주, 불안한 반등
미국 금리인상 기조 마무리에 정부 부동산 정책 '화색'
4분기 실적 한파 우려…어닝쇼크 가능성도 솔솔
"부동산 PF 모두 정상화는 어려워…리스크 해소는 아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360선을 회복하자 증권주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투자심리 부진과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으로 고전하던 증권주가 정부지원과 규제 완화로 반등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남아 있고 4분기 실적 우려도 여전한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올 들어 7.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세인 5.75%보다 가파른 오름세다. KRX증권지수는 상장돼 있는 증권사 14곳으로 구성된 지수다.
올 들어 한화투자증권(003530)과 유진투자증권(001200)이 각각 13.62%, 12.61%의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키움증권(039490)과 미래에셋증권(006800)도 11.55%, 10.36%씩 올랐다. 한국금융지주(071050) 역시 10.13%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주는 지난해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서 미끄러지며 ‘동학개미’가 증시를 떠났다. 이에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급감했고, 이어 하반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까지 불거졌다. 실제 지난해 KRX증권지수는 무려 28.98%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의 내림세(24.89%)보다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 속에 증권주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작년처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혹은 1.00% 올리는 초유의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 지원도 오름세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PF시장 연착륙 지원방안을 내놓았고, 주거용 부동산 청약관련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히며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도 완화되는 모양새다.
“과도한 하락에 따른 되물림…추세적 상승은 글쎄”
하지만 증권주가 상승한다고 해도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목을 잡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추정치가 있는 증권사 5군데(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은 85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60%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최근 한 달 사이 7.39% 줄어들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이후 증권사들의 실적 눈높이는 이미 하향됐지만,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투자은행(IB) 부문의 이익 감소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올해로 눈을 돌려도 쉽진 않다. 1월 12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6478억원으로, 2022년 1월(11조2800억원)의 58.9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의 비중이 더 높은 코스닥 거래대금 역시 1월 일평균 5조2672억원으로, 지난해 1월 일평균 거래대금(9조37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증권주의 수익성 반등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부동산 PF 리스크 역시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PF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5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 67%는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등 잠재적인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실적 변동성이 축소할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 3~4년 동안 급증했던 PF 사업장 모두가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면서 “신용리스크는 완화됐을 뿐 해소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정부의 긍정적인 부동산 정책과 지난해 배당락일 후 과도한 하락에 따른 반등”이라며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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