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공룡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할까
기업들이 투자를 하면 법인세를 깎아주는 투자세액공제가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2년만에 다시 도입하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부여하던 투자세액공제율은 종전의 갑절 수준까지 공제율을 올린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10일 입법예고하고,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1월 1일 이후 투자분부터 소급해서 적용된다.
올해 설비투자 역성장 전망…복합위기 대응책
정부는 12년 전에 폐지된 임시투자세액공제까지 부활시키는 이유로 심각한 설비투자 위축을 꼽는다.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마이너스 3.1%, 산업은행이 마이너스 2.6%로 모두 역성장으로 예상했다.
특히 핵심산업인 반도체 설비투자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5.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임시' 방편이라 하더라도 위축된 기업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만 3조6500억원 깎아준다
정부는 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갑절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종전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내용이다.
국가전략기술보다 세제혜택이 적은 일반기술과 신성장기술,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도 올해 집중적인 투자를 끌어 올리기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다시 도입한다.
대기업 기준으로 일반기술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은 1%에서 3%로,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율은 3%에서 6%로 각각 상향조정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세액공제율은 12%에서 18%까지 뛴다.
최근 3년 평균 투자금액보다 올해 투자금액이 더 증가하면 증가분의 일부를 세액공제하는 증가분공제율도 10%로 크게 확대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기준 일반기술시설투자는 최대 13%, 국가전략기술투자는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 투자세액공제율이 최대 35%까지 적용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2030년까지 반도체 시설에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세액공제금액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 투자세액공제 확대방안에 따라 지출될 감세규모가 2024년 한해에만 3조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 감세' 비판 넘어야 실행 가능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법안을 2월 임시국회 이전에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처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그 수혜기업이 대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에서 법인세율 인하법안도 당초 정부가 내 놓은 안이 대기업 감세를 비판하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대폭 수정된 전례가 있다.
과거에도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대기업 감세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혜기업의 97%가 중소기업이었지만, 연평균 2조원에 달하는 감세 수혜금액의 80%를 3%인 대기업이 챙겨가는 구조였다.
실제로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년간만 한시적으로 적용할 계획이지만 올해만 3조65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고, 이월공제와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등을 고려하면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1조3700억원의 법인세를 깎아줘야 한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떤 산업이든 큰 기업들이 연관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과 관련된 부품소재 등 중견중소기업 생태계가 모두 다같이 영향을 받는 혜택"이라고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과거 임투세공제는 3년 정도를 일몰기한으로 뒀는데, 1년만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정한 것은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가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라는 것을 1년안에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통과만 된다면 연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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