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암호 화폐 전철 밟는 테슬라

여론독자부 2023. 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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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돈세탁 외 유용성 없는 코인처럼
테슬라도 IRA로 희소가치 하락
더이상 특별한 자동차 될 수 없어
불안한 모습으로 명맥 이어갈 것
[서울경제]

지난가을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를 고점에서 매입한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봤을 것이다. 비트코인 대신 테슬라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도 비슷한 액수의 투자금을 날려버렸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테슬라 주식 폭락 사태는 정보화 시대의 비즈니스 성공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테슬라와 비트코인 사이에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

테슬라의 최근 주가 폭락은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매입과 자신의 평판을 불살라버린 그의 언행 탓으로 봐야 한다. 사실 머스크의 처신을 보면 대기업 경영은 말할 것도 없고 필자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조차 믿고 맡길 수 없다.

사실 학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필자는 어떤 특정 영역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하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거의 멍텅구리에 가까운 전문가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필자가 알기로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유능한 지도자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 해도 주가 폭락 이전 테슬라 주식에 대한 시장의 어마어마한 가치 평가와 여전히 높은 수준인 지금의 가치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한 가치를 지니려면 단 몇 년간 고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첨단 기업들은 장기간 돈 찍어내는 기계 역할을 담당해왔다. 개인용 컴퓨터의 대대적인 보급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미국 대기업 명단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속적인 지배력 행사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테슬라가 이들과 같은 정도의 성과를 거두리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트워크의 외부 효과로 수익을 올린다. 외부 효과란 다른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외의 사람들도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업계에서 혹평을 받을 때조차 수많은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계속 구매한 이유는 이들이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토리는 세부적으로 조금 다르다. 기관보다 개인 사용자, 소프트웨어 자체보다는 하드웨어 상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사용자들로부터 근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경제적인 차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별로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전기차 비즈니스에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 효과가 발생하느냐다. 아마도 전기차는 미래의 개인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사업성을 확보해줄 테슬라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꼭 짚어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테슬라에 이처럼 강력한 시장 지위를 부여할까. 사실 필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테슬라에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전기차가 흔해져 테슬라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전기자동차 생산은 네트워크 외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반면 트위터는 다른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트위터가 네트워크 외부 효과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러나 트위터 사용을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다시 테슬라의 가치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 부분적인 대답은 머스크가 명석하고 멋진 혁신가라는 스토리 라인에 투자가들이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금전 제조기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투자자들은 그를 혁신적인 천재로 받아들였다.

테슬라와 비트코인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돈세탁을 제외하면 암호화폐의 유용한 쓰임새를 발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치솟았고 아직도 일부 신봉자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과는 분명히 다른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역시 암호화폐의 전철을 밟아가는 듯 보인다. 우리는 장차 테슬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필자는 머스크에게 고양이를 돌보는 일조차 맡기지 않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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