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대통령의 다단계 왕국]①"강남 바닥서 부자되려면 코인대통령 찾아라"
[편집자주] 2018~2021년 테헤란로는 코인 다단계 세력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인근 카페에서 은퇴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뿐 아니라 서초·신논현역 등에 사무실을 두고 적극 영업에 나섰다. 그 중심에 '코인 대통령'이라 자칭하던 '심○○(59)'이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렇게 얻은 인맥과 자본으로 코인 다단계 조직을 꾸린 인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씨의 다단계 조직은 수십여 개의 코인 프로젝트 재단을 운영, 수조원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1>은 당시 심씨의 코인 다단계 함정에 빠졌던 투자자들을 만났다. 현재 일부 피해자가 심 씨를 상대로 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으로, 오는 2월9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 자칭 '코인대통령' 심○○의 말을 믿고 12억원을 투자한 A씨 수중에는 500만원 가량이 남았다. 지인에게 추천해 함께 들어간 10억원과 '심00표' 다른 코인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30억원이 넘는다.
A씨는 당초 심씨와 거리를 유지해왔다. A씨가 그와 경제공동체로 엮이기 시작한 건 한 성형외과를 통해서다. A씨는 서초구 강남대로 신현논역 인근 '리젠타워'에 자리잡은 한 성형외과 관계자에게 돈을 빌려줬다. 부동산 시행사 업무를 맡으며 잔뼈가 굵었던 심씨는 해당 건물에 위치한 성형외과에 유치권을 행사했고, A씨는 '렛미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해당 성형외과의를 도왔다. 1순위 채권자였던 A씨에게 심 씨와 행동대장으로 꼽히던 문○○이 접근, 본인들이 발행하는 코인 '더마이다스터치골드(TMTG)'를 적극 홍보했다. 해당 성형외과의도 이후 심씨가 연루됐다고 지목되는 '럭스바이오(LBXC)' 코인 관련한 사업을 추진했다.
이들은 TMTG 코인 ICO 과정에서 TMTG를 개당 150원 가량에 판매하겠다고 꼬드겼다. A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만간 IDCM·코인수퍼·타이드빗·코인집 등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라고 영업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 대한 상장 또한 확약했다. 속칭 '상장빔'을 맞으면 가격이 폭등,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TMTG 코인은 2018년 11월 빗썸에, 2020년 5월 코인원에 상장됐다.
심씨 일당은 코인 투자에 밝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 직접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2018년 11월 22일 빗썸에 상장된 직후 상장 가격은 개당 12원이었다. 가격이 치솟자 빨리 매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에 떨던 투자자들을 심씨는 열심히 다독였다. TMTG 코인의 가격을 4달러(당시 환율 기준 5000원 안팎)까지 올리겠다고 손가락을 걸었다.
피해자들을 기망하기 위해 시세조작(MM)도 서슴지 않았다. 2020년 4월 30일 개당 5.5원에 거래되던 TMTG는 하루만에 개당 11원으로 2배 올랐다. 상승세는 지속돼 5월 20일 개당 98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여일만에 거의 20배가 상승한 셈이다. 이들은 언제쯤 코인을 팔면 되는지 묻는 투자자들에게 '2분기 25원, 3분기 50원, 4분기 100원까지 갈 것', '주말에 빔쏜다'라고 타일렀다. 투자자들에게 TMTG뿐 아니라 LBXC, 플로우(FLOW), 메티스(MTS), 아픽스(APIX), 드래곤베인(DVC), 와플(WAFL), 톰 파이낸스(TOM) 등을 두루 구매토록 종용했다.
이후 해당 코인들은 휴지조각이 됐다. 소바코인의 경우 2021년 8월 초 150원 가량에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한 후, 300원을 기록했다 현재 코인원에서 0.04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가격 하락 중 투자자들은 매도를 시도했으나, 이들이 보유한 코인에는 '락'이 걸려있었다. 심씨 측에서 지급한 코인에 매매를 금지하는 기능을 넣어놓은 것이다.
피해자 B씨는 "락업 기능을 걸어놔 상장 후 매일 1%씩만을 처분할 수 있었다"라며 "총 2000만원을 투자해 1700만원을 손해본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C씨 또한 "심○○에게 항의하니 코인 가격방어를 위해 락을 걸어와냐 한다며, 100일동안 하루에 1%씩 풀린다고 설명했다"라며 "락을 걸어놓는 행위가 우리를 도와주는 일이라 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100억원 부자클럽 가입할 수 있다" 현혹…피해자 모집해 다단계 왕국 구축
이들은 '코인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는 '큰손'뿐 아니라 은퇴를 맞은 이들의 노후자금 또한 노린 것이다. 피해자들은 카드론 대출, 신용대출 등을 통해 코인 투자금을 끌어다썼다.
D씨는 "강남 바닥에서 부자가 되고 싶으면 '코인 대통령'을 찾아가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라며 "블록체인 기반 에듀테크라거나 소리바다 관련 코인이라는 등 휘황찬란한 말로 현혹했다"라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을 체계적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심씨의 소문을 듣고 사무실을 찾아간 D씨는 코인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간증'을 접하게 됐다. 투자자 수십 명을 앞에 두고 간증인 3명이 연단에 올라 본인의 투자 성공기를 전파하는 식이다. 이들은 심씨측이 시키는 대로만 했더니 수천만원을 투자해 '100억 부자클럽'에 들어갔다며, 장밋빛 미래가 보인들에게만 허락된 게 아니라고 설파했다.
투자자 주변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다단계 사무실에 지인을 데려가면 현장에서 봉투를 건냈다. 3만~5만원 안팎의 소개비를 지불하는 식이다.
D씨는 "노후자금 1억4000여만원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파탄났다"라며 "사무실에 지인을 데려갈 때마다 5만원 안팎의 돈을 받았는데, 함께 코인 투자에 들어간 이들의 원망이나 닦달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코인 개미들의 투자 심리를 부채질하기 위한 무대도 적극 준비했다. 이들은 TMTG 코인뿐 아니라 메티스(Metis), 소바(SOBA) 등을 매수하라고 투자자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30원 안팎의 시세를 기록하던 것과 달리,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 화면을 띄우며 해당 거래소에서는 3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고 현혹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이 또한 조작된 이미지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발을 묶었다. 투자자들은 수표를 직접 전달하거나 자금모집책의 통장에 투자금을 입금하고 가상자산 지갑이 담긴 USB를 받았다.
◇"잡히지 않을 것" 자신만만하기도…피해자 고소에 2심 진행 중
투자자들은 심씨측이 수조원의 이익을 거뒀을 것이라 추정했다. TMTG의 경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약 28억개의 물량을 공급했다. 투자자들이 사기 행각을 인지한 후 거래소에 코인을 '던지면', 이들은 밑에서 '받아먹고' 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다. 1원 이하에서 코인을 매수해 100원 안팎에서 다시 개미들에게 매도하는 식으로 차익을 남겼다. TMTG에서만 최소 3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는데, 10개 안팎의 코인을 유통했던 점을 고려하면 수조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본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하기도 했다.
피해자 E씨는 "투자 목적으로 돈을 넣었고, 투자금 일부를 상환하면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했다"라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후 피해자 F씨는 심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심씨는 2020년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고, 현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고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현혹해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고, 범행수법 및 편취금액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15일 공판기일에 참석한 심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심 씨는 여섯명 가량의 경호인력과 동행했다. 오는 2월 9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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