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非연예인 출연자 검증 논란! 시청자들은 지친다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참 쉽다. '다시보기'만 중단하면 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출연시켰던 몇몇 방송사들의 이야기다.
전파는 공공재다. 낭비해도 안 되고, 함부로 써도 안 된다. 그런데 몇몇 프로그램들은 출연진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검증 노력이 부족하다. '누구나' 출연해도 되지만, '아무나' 출연하면 안 되는 법인데 별다른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 할 만하다.
#빌라왕이 쏘아올린 '커다란' 공
최근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413채를 매입한 후, 임차인 118명으로부터 보증금 312억 원을 받은 뒤 편취한 혐의로 A씨가 구속됐다. 가파르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시름하던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런데 불똥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튀었다. A씨가 지난 2019년 5월19일 방송된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11일 MBC와 이를 서비스하는 OTT 플랫폼 웨이브는 해당 분량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A씨는 '구해줘! 홈즈' 8회에 출연해 전셋집을 구하는 의뢰인 부부에게 한 빌라의 2층 매물을 소개했다. A씨는 방송에서 소개된 빌라의 5층에 1세대를 '깡통전세' 수법으로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구해줘! 홈즈' 출연 이력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방송 출연 사실을 SNS를 통해 홍보했다. 결국 이런 식으로 A씨의 꾐에 빠진 피해가 하나 둘씩 쌓여 312억 원까지 불어난 셈이다.
물론 A씨의 '구해줘! 홈즈' 출연과 전세 사기 피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방송 출연 이력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유명 매체가 갖는 공신력은 A씨에 대한 세입자들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제작진이 도의적 책임까지 외면하기는 힘든 이유다.
비슷한 사례는 또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연예인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소개된 박모 씨가 공인중개사 사칭으로 고발당했다. 그는 여러 방송에서 서장훈, 이종석, 한효주, 소지섭 등 유명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하고, 그들의 고액 빌딩 거래를 조언하고 관여했다며 자신이 '공인중개사 10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박 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 자격이 없는 이의 명백한 불법 중개 행위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 사무실에 소속돼 공인중개사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이들로, 별도의 자격증도 필요하지 않은 대신 공인중개 사무실도 개설할 수 없다.
하지만 박 씨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적잖은 부를 축적했다. 돈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앞다투어 그를 섭외했다. 하지만 박 씨의 불법 행위가 적발된 후 각 방송사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공영방송인 KBS 2TV의 '자본주의학교',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비롯해 MBC '라디오스타'와 MBN '개미랑 노는 베짱이' 등 그를 출연시켰던 프로그램들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줄줄이 중단됐다.
이 역시 박 씨의 이력에 대한 제작진의 철저한 검증이 없었던 탓이 크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왜 모두 우리의 잘못인가?"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박 씨가 이미 책을 쓰고 각종 언론과 인터뷰를 나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 접근성과 영향력이 높은 방송사들의 책임과 의무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전파가 공공재이기에 더 그렇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신뢰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주요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는 그들의 이력을 철저히 점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非 연예인 검증, 가능한가?
TV 출연진에 대한 검증 논란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 아닌, 비(非)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이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돼 왔다.
앞서 채널A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3'의 출연자는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아 논란을 빚은 바 있고, MBC '구해줘! 홈즈'는 빌라왕 논란 이전에 신혼집을 구해달라고 신청했던 부부가 불륜으로 맺어진 커플이라는 폭로가 나와 난감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또한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 보여주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가수 광희,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가 각각 학폭, 금전 문제와 관련된 폭로가 나오며 하차한 바 있다.
문제는 그들의 사생활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무리한 확인 과정에서 '일반인 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물론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활성화되면 이를 확인하면서 그들의 삶을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SNS에는 '포장된 모습'이다. 그들의 어두운 단면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폭로는 쉽다. 스마트폰과 SNS로 인해 언제든,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공론화시킬 수 있다. 일단 부정적인 폭로가 나오면,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대상자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주장들의 사실 여부를 가르는 것도 어렵다. 법적인 문제로 받아 재판이 시작되더라고,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결론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사건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제작진들의 출연자 검증 노력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방송의 공적 책임 영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와 시스템이 있어야 불법적인, 혹은 불순한 의도로 방송을 활용하려 시도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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