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남은 규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풀어? 말아?
규제지역도 풀었는데…강남 등 토허제 풀까
"최소 안전장치"vs"풀어서 거래활성화해야"
부동산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풀리고 있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가뭄' 수준인 주택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선 규제지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섣불리 규제를 해제할 경우 갭투기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어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토지거래허가제' 풀어야 숨통 트인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말 그대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대지 면적이 6㎡를 넘는 주택을 취득할 때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실거주자가 아니면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애초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지만 부동산 상승기였던 지난 정부에서 투기 수요를 붙잡아두기 위해 확대·강화됐다.
현재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구'나 '동' 단위로 핀셋 지정돼 있다.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압구정동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 용산구 이태원동 등 집값 상승 불안이 잔존하는 곳 위주다.
그러나 지금 같은 '거래 절벽' 상황에선 토지거래허가제가 오히려 매매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해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지역보다 집값이 덜 오른 데다 최근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거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집값 하락세에 집을 팔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팔지 못하자 '재산권 침해' 지적도 있다.
여기에 이달 5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21개구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장에선 올 상반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지역 위주로 해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오는 4월엔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를 6월엔 6월엔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 지역은 1년 단위로 연장돼 왔으며 광역자치단체나 국토부가 재지정 여부를 정한다.
갭투기·전세 불안은 어쩌나?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일부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강남 일대와 여의도, 목동 등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만큼 잠재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잠실 등은 투자뿐만 아니라 실거주 잠재수요도 많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를 풀어주면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집값이 오를 때 강화된 규제인데 규제지역은 풀어버리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놔둔다는 게 정책 방향성상 맞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금리 인상 등으로 여전히 매수 심리가 꺾인 상태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도 매매 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남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이 아니더라도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해제 이후에도 움직임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는 상징적 규제인 만큼 이걸 해제하면 심리적 회복 부분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장 정상화의 가늠자가 주택 매수 심리 회복인 만큼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해제해서 거래량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규제 해제 시 부작용 우려도 크다. 거래가 가능해지면 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갭투자'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텐데, 입주 물량과 맞물리면서 전세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올해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95가구로 전년(6352가구)로 68.4%나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수요가 높은 지역인 만큼 '신규 갭투자'가 다시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중한 규제 해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규제를 한꺼번에 다 풀어버리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처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닌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해제를 한다면 핵심 지역은 놔두고 최대한 시장 영향이 적은 쪽부터 단계적으로 푸는 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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