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흔들려선 안돼
세종-충북 역사 신설 두고 이해관계 첨예
갈등 넘어 상생 위한 최적의 해법 찾아야
세종시와 충북도가 최근 KTX 세종역 설치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 광역단체가 KTX 세종역이란 이슈를 두고 갈등을 빚은 건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새해 들어서는 이해충돌을 넘어 지역 간 감정싸움으로 판세가 커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역사 설립이 시급하다고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충북도는 KTX 오송역의 기능 약화 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해 벽두 양 자치단체장이 정면충돌(?)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해소 대안으로 떠오르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비등하다.
논란의 촉발은 지난 5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충청권 4개 시·도의 '지역 발전 협의회' 자리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KTX 세종역 신설을 공개 건의하면서다. 최 시장은 이날 원 장관에게 "KTX 세종역 신설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충청권을 거미줄처럼 연결한다면 메가시티가 실질적·구체적으로 성공하게 되리라 보고 있다"고 요청했다. 최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으로 세종시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물론, 대전역·서대전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전 유성구민과 공주시민까지 세종-공주 광역 BRT 도로가 개통되면 KTX 세종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을 직접적으로 어필했다. 이에 대해 김영환 충북지사는 세종시를 향해 '충청 밉상'이라는 날선 비판으로 대응했다. 김 지사는 "충청권 광역철도가 생기면 세종에서 오송역까지 12분이면 된다"며 "기술적으로 불가한, 되지도 않을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지 말자"고 맞받아쳤다. 결국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고 불필요하다는 게 김 지사의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에도 "KTX 오송역을 세종시 관문역으로 활용하기로 계획했었다"면서 "충북도는 세종시 조성을 위해 부강면(옛 청원 부용면)의 땅과 인구를 양보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KTX 세종역을 두고 오랜 기간 양 자치단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역사 설치 당위성의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배경에는 세종시의 항구적 발전뿐만 아니라 충청권 공동발전이란 대명제에 행정수도 완성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더욱이 행정수도 완성에 따른 기대효과는 세종시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세종시는 정치행정의 중심도시로, 대전과 충남북 지역은 경제와 문화, 관광, 국방 등 배후도시로서의 상호보완적 역할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주변도시의 인구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충청권 상생을 위한 메가시티를 자칫 '소지역주의' 프레임에 갇혀 그르쳐서야 되겠는가. 이제는 KTX 세종역 설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다. 행정수도 완성의 필수 기반시설이 될 수 있는 KTX 세종역 설치를 충청권 공동 발전의 전략적 카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갈등과 반목의 시간을 넘어 도시 간 상생·협력 방안으로 KTX 세종역 설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역사 신설의 첫 번째 관문으로 세종역 설치로 예견될 수 있는 오송역 기능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꼽힌다. 세종역 설치에도 오송역의 위상이나 역할이 크게 줄지 않는다면 충북 지역의 경계 여론도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양 자치단체가 '강대강' 대치가 아닌 머리를 맞대고 역사 신설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우선 정치적 대립에서 벗어나야 경제성 확보 등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어서다. 정부에서도 경제성 등 사업의 타당성보다는 지역 간 갈등 해결을 우선 시 하는 눈치다. 특정 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줘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지역 간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첨예하기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충청권 지역발전협의회에서 "4개 지자체가 열린 마음으로 초광역적 협력을 하는 원팀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는 충청권 4개 시도가 10년째 공회전을 거듭하는 'KTX 세종역 설치 논란'을 극복하고 메가시티라는 원대한 도전을 시작하는 첫 해 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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