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남편 닮았다"…'유령' 이하늬, 엄마로 열어젖힌 배우 '인생 2막'(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작년에 제 인생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유령’은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하늬는 12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제 인생의 구심점이 되어준 작품이다. 물론 촬영할 때는 액션 등 준비할 게 많아서 정신이 없었지만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 됐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 더 램프, 제공배급 CJ ENM)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로 오는 18일 극장 개봉한다.
총독부 통신과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을 연기한 이하늬는 전날(11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것에 대해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저는 사실 (흥행에 대한)감은 없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서 관객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이어 “영화는 제가 낳은 자식을 보고 ‘정말 예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볼 때도 있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님이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잘 살리셔서 대단한 거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2021년 5월 중순께 크랭크업했고, 후반 작업을 거친 뒤 올 설 연휴가 시작되는 이달 18일 극장 개봉한다.
박차경이라는 인물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는 그녀는 “차경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내면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단단한 에너지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고 용기 넘친 캐릭터를 완성한 과정을 들려줬다.
차경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껴 애정이 여전히 크다는 이하늬.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다니 너무 감사하다. 배우들이 (들어온 시나리오 가운데)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제작진이 저를 선택해주시는 거다. 그래서 작품이 제게 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제가 액션이 가능한 나이에 이 작품을 타이밍 좋게 잘 만났다. 행운이 따라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출연 제안을 받고 결정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하늬는 이어 “이해영 감독님만의 스타일리시 감각이 잘 담긴 거 같다. (1930년대 시대임에도) 어떻게 이렇게 스타일리시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편안하게 봤다”고 극찬을 남겼다. 이하늬는 또한 그동안 자주 표현하지 않았던 성격의 인물을 그리며 내면의 고통을 체감했다고.
“차경 캐릭터는 주저앉아 통곡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올곧게 서 있는 캐릭터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몸이 떨리는데 주저앉아서 엉엉 울지 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굉장히 차경스럽다. 1차적 캐릭터가 아닌, 조금 더 깊이가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연기해나갔다.”
당차게 유리코 역을 소화한 박소담에게 이하늬는 감탄했다고 했다. “실제로는 정말 예의가 바르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너무나 당차다. (그땐 모두가 몰랐지만) 몸이 아픈 상태에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연기를 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저도 많은 걸 배웠다”고 배우들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2006년 미스코리아로 선발된 이하늬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연기력과 흥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구축했다.
이날 그녀는 “저로 온전히 살고 싶었는데 예전에는 (수식어가 많아서)답답한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내가 어떻게 하지 못 하지만…미스코리아로 시작해서 저 스스로 그걸 넘지 못하는 배우였다. 그래서 배우가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물론 ‘나는 배우인데 왜 그렇게 안 보나’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외부적인 말에 집중하지 말고 작품을 열심히했다. 그러면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 그런 시간이 거의 10년 정도 걸린 거 같다”고 돌아봤다.
2021년 12월 일반인과 결혼한 이하늬는 지난해 6월 첫 딸을 얻으며 워킹맘으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근데 하길 너무 잘했다 싶다. 내가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엄청나게 힘든데 그에 못지않게 엄청나게 기쁘다. 딸은 나 안 닮고 남편을 닮았다.(웃음)”
출산과 육아에 대해 “임신·출산·육아의 과정보다 더 완성도 있는 일은 없는 거 같다. 인간을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일은 완성도가 최상이다. 출산의 고통을 느끼면서 ‘아 이게 삶이구나’ 싶었고 내가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하늬는 “제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 생각할 시기인데 옛날에는 연기만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걸 연기에 녹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유있고 편안해졌다. 멈추지 않고 확장해서 배우 생활을 할 생각이다. 연기를 대하는 저의 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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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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